“‘87년 민주화 투쟁 속에 불교계에서는 다행히도 진관스님이 목소리를 내고 계셨습니다” 한 불자가 이렇게 말했다.

인권 존중과 사랑을 10년째 키워오고 있는 불교계 인권지킴이 불교인권위 공동대표 진관스님. ‘87년 민주화의 투쟁에서, 6월항쟁에서, 96년 비전향 장기수 북송 운동에서 그가 불교계를 대표해 인권에 대한 투쟁의 발자취를 남기지 않았다면 아직도 불교계의 인권은 걸음마도 떼지 못했을 것이다. 스님은 “박종철 고문 사건 당시 진상규명을 위해 많은 종교ㆍ사회단체들이 앞장섰지만 우리 불교계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 때 박군의 아버님은 독실한 불자셨구요. 그 사건을 계기로 불교계에서도 인권을 위한 모임이 필요하구나 절감했지요”

스님들이 집회에 참석한다던가 사회적 활동에 앞장서는 것이 매우 힘든 시절 91년 동국대 정각원에서 50명이 모여 불교인권위원회를 탄생시켰다. 그 후 인권위는 정신대 할머니를 위한 ’나눔의 집‘을 마련하고 교소도에 책보내기, 노동자ㆍ빈민ㆍ학생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했다. 진관스님은 “천주교는 인권위원회가 우리보다 더 늦게 출범을 했다. 또한 기독교에 비해서도 인권위가 늦은 출발은 아니다”며 “하지만 다른 종교들은 성직자들이 인권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과 활동을 지원받고 있다. 우리 불교계보다 활발하고 더 인지도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며 불교계 내 인권 교육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했다. 또한“하루 빨리 동국대 등 다른 불교계 학교에서 인권학과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계 내 400만 불자 장애우들이 부처님을 찾아 뵙기 쉽도록 법당 시설의 개선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하고 "특히 경찰관들을 위한 법당, 구치소 근처 법당 마련 등이 시급하다"며 소외된 이들에게 부처님의 말씀과 자비를 전달하기 위한 재가 불자들과 스님들, 또한 종단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대전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상경한 법성스님(논산 대운정사)은 “전국 사암연합회에 각각 인권위가 구성되어 불교계에서 더 많은 인권 활동을 펼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재가불자들과 성직자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 고양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불교인권위는 사형수 폐지 운동과 8.15 범민족 축제에 평양 방문, 제 7회 불교인권상 수여식 등 다양한 활동 모습을 보였다. 내년에 인권위는 한ㆍ일 불교 친선협회의 20여명의 ’평화행진‘(5월), 한ㆍ리비아 불교친선협회 활성화, 엠네스티 한국 지부 불교엠네스티 본부 마련 등 국제적 연대 강화와 종단별 인권위 조직 형성을 위한 노력, 사형제도 폐지 운동 지속 등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불교인권위원회가 가야할 길에는 재가 불자들과 성직자들 사이의 무관심과 재정적 어려움, 사회적 억압 등 많은 암초들이 곳곳에 내재해 있다. 하지만 불교인권위원회의 앞으로의 발전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90년대 초 '인권부재'의 척박한 불교계에 '인권 사랑'의 씨앗을 심고 어떠한 시련에도 흔들림이 없이 그 씨앗을 열심히 가꾸어 나가는 진관스님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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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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