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편. 《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네! 》

 


오늘날 인류 문명의 발달과 인간이 만물을 지배하는 근원을 짚어보면 불을 사용할 줄 알고 언어를 구사하는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중에서 우리는 상항 말을 하게 되는데 말 한마디가 가지는 힘은 대단하다. 말 한 번 잘해서 인생길 탄탄대로를 가는 사람도 있고 인생이 한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져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좁은 문을 쓴 작가 앙드레 지드는 땅의 양식이라는 글에서 말은 거인을 때려잡아 소인배로 만들 수도 있고, 소인배를 거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 또 산자를 무덤에 묻을 수도, 무덤에 묻힌 자를 걸어 나오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좀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하다.

 

우리 주변에도 말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겸손하고 진실 된 말 한마디는 그 큰 천 냥 빚도 탕감 받을 수 있다니 말은 항상 진실이 함께하는 말, 말 잘하기 보다는 말을 제대로 하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내가 중학교 때 친구들이 한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남녀가 가을밤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가 휘엉청 밝은 보름달을 보고 달이 참 밝네요 하니, 남자가 보름달이니까 밝지, 여자가 또 귀뚜라미가 우네요 하니, 남자가 가을이니까 울지 해서 여자가 이런 남자하고 평생을 살다가는 재미있게 살기는 틀렸구나 하고 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달이 밝다고 하면 당신 마음처럼 밝다고 한다던가, 귀뚜라미가 운다고 하면 그대 목소리처럼 예쁜 소리로 운다고 말했다면 아마도 그 여인은 감동해서 스스로 품에 안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흥선 대원군하면 며느리 민비와 줄다리기를 한 역사의 인물로 기억된다. 그 시대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대원군이 실권을 잡으면 나타나고 권력의 뒷전으로 밀리면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대원군이 권력을 다시 잡자 약속처럼 그 선비가 다시 나타났다. 흥선 대원군이 괘씸하게 생각되어 처음 보는 사람처럼 시치미를 떼고 그대는 누구냐고 묻자, 그 선비 역시 능청스럽게 소인은 윗 장날에는 윗장으로 가고 아랫 장날이서면 아랫장으로 가는 장날마다 다니는 장사꾼 선비입니다.

 

흥선 대원군은 그의 재치있는 말에 다시 벼슬 한 자리를 주었다고 한다. 반대로 정치 생명이 말 한마디 실수로 막내린 정치인도 있다.


과거 대통령과 친인척으로, 고시를 여러 과를 합격하고 잘 나가던 정치인이 있었다. 그는 어느 술자리에서 평소보다 과음해서 자신있게 말했다.

“내가 시험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벌써 대통령이 되었을 사람이다.”

 

그 정치인은 다음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고 그 후 그 정치인의 이름을 정치판에서 들은 적이 없다.

 

우리는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웅변이 없다면 독재자에게 불면의 밤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아무 곳에서나 나설 곳 안 나설 곳 가리지 않고 침 튀기며 떠들어 대는 말은 삼가라는 의미이리라.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사람이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으면 죄악이라고 했다. 그러나 바른 말 진실이 담겨진 말, 상대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방송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방송하는데 한 중견 연예인이 자기의 신변에 대해서 말하는데 한국 제일의 강의를 하며 지식있는 교수가 말을 자르고 나오자 그 중견 연예인은 말을 자르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그 교수는 머쓱해하는 장면을 보았다.

 

앞에서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했듯이 자기의 생각 앞으로 할 행동을 말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고 그 다음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최고 소개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함에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에 속은 마을 사람들은 진짜 늑대가 나타나서 소리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또 거짓말이라고 속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저 사람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으레 거짓말이려니 하고 믿지 않는 것이다.

 

거짓말은 양의 동서와 때의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입술을 통해서 새어 나왔던 모양이다. 단테의 신곡에서는 거짓말 하는 자를 살인자 다음으로 지옥의 발바닥으로 떨어뜨린다고 썼다. 또한 안창근 선생은 거짓말을 하는 자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고 했다. 인도의 국부로 추앙받는 간디는 거짓말이 비록국가를 위하는 것일지라도 하지 말라고 했다.

 

생전에 공자는 3천 명 정도의 제자가 있었는데 그 중 다섯 제자 중 하나인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는데 어린 아들이 군것질이라도 얻어먹을까 하고 시장을 따라 가겠다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달래도 말을 안 듣는데 마침 돼지가 밥을 달라고 꿀꿀 거린다.

 

증자의 아내는 아들에게 집에 있으면 시장에 갔다와서 저 씨암돼지를 잡아 고기를 구워 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고기 먹을 생각에 시장에 따라오지 않고 집에서 기다렸다.

 

증자의 부인이 시장에서 돌아와 보니 남편 증자가 돼지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부인이 깜짝 놀라서 당신 미쳤소! 씨를 받을 돼지를 잡으면 어떡하느냐고 묻자 증자는 당신이 아이한테 시장 다녀와서 돼지 잡아 준다고 하지 않았소, 어머니가 아들한테 한 말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한들 믿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생각하게 하는 고사이다.

 

요즘 길을 가거나 간혹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하여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 청소년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그런데 분명 한국말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지금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는 말은 간디 죽이고 왔다는 말이다.

 

간디는 인도의 독립 운동가이다. 그리고 저승에 간디를 어떻게 죽이고 왔다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청소년들의 거친 말투이다. 자기 또래끼리 있는 자리도 아니고 어른들이 계시는 자리에서도 x팔 x팔에 더 듣기에 민망한 말들을 큰소리로 떠들어 댄다.

 

한번은 너무 듣기가 민망해서 내가 점잖게 나무라니 내 먹물장삼이 위엄이 발휘했는지 아니면 내 인상이 평범보다 좀 험해보여서 인지 나를 쓰윽 흩어 보더니 억지로 참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본 총무 스님이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라고 자칫 큰 봉변을 당하실 수도 있으시다. 요즘 청소년들 어른 아이 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참으로 말로 말 많으니, 말을 신중하고 진실되게 해야 될 세상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니 같은 말이라도 패가망신하는 말보다는 입신양명은 못하더라도 인격에 흠이 가지 않는 말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언어가 인류의 발전을 가져 온 수단이었다면 더욱 진실 된 말을 사용해야 된다.


나무관세음보살.

 

 

다음은 제 20편. 《 모든 것이 내 자신에게 달려있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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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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