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편. 《 부처보다 남편 먼저 섬기시오 》

    

 

봄의 햇살이 유난히 고운 오후였다.

앞산 나지막한 곳에 진달래의 연분홍색이 참 곱다는 생각을 하다가 참선에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뜨니 보살 한분이 뵙기를 청한다. 우리 사암에 자주 오는 보살이라 낯이 익지만 나에게 법을 청하기는 처음이다.

 

총무 스님의 말에 의하면 내가 첨선에 들어간 후 두 식경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앉기를 권한 후 들었다.

 

“그래 무슨 일이시오?”

“예, 스님 남편과의 사이가 안 좋아서요.”

 

자초지종 사연을 들으니 이러했다. 남편은 사업을 하는데 출근 시간이나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면 부인이 없다. 처음에는 자기가 바람을 피우러 다니나 의심하더란다.

 

그러나 자신은 그럴 여자도 아니고 애들 학원이며 과외 그리고 평소에 하고 싶었더니 취미 생활로 서예학원도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 같은 향수 냄새들이 여자의 직감으로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자의 질투야 어쩔 수 없는 것, 자연스레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서로 등 돌리고 자는 밤이 많아 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에게서 여자가 떨어지고 남편 사업 잘되고 애들 잘 크라고 시간되는 대로 이곳 사암에 와서 기도를 드린다고 했다.

 

“부부가 등을 돌리면 얼마 만에 만나는지 아시오?”

“예예?”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여인은 고개를 약간 치켜들며 반문하듯 대답한다.

부부가 등을 돌리고 자면 다시 만나려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요, 지구의 둘레는 4만km이니 약 십만리를 돌아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오, 또 세상을 가시로 보면 가시처럼 아프고, 꽃으로 보면 꽃처럼 향기로운 법이외다.

 

지금 보살님은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은 법이오, 석가세존께서도 도망 간 여인을 찾는 사람에게 먼저 잃어버린 당신의 마음부터 찾으라고 하였지요.

 

보살의 얼굴을 살피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듯 여전히 어둡다.

허긴 여름 벌레에게 추운 겨울을 이야기 하면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 쉬운 설법을 하기로 했다.

 

자기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자기의 모습이 별로라고 거울을 깨뜨리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지요.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이겨 낼 수는 있다는 마음을 가져 보시지요. 붙잡고 있으면 짐을 진 자요 놓으면 내려놓으면 해방된 자라 했으니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부터 내려놓으시오.

 

“스님, 사람의 마음 그것도 여자의 마음으로 그게 쉬운 가요?”

나는 부부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지독히도 먹고 살기 힘들던 보리고개가 있던 1964년 이웃 일본에서는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3년 쯤 지나서 경기장을 수리하기 위해서 뜯어냈는데 도마뱀 한 마리가 공사 중 못에 박혔는데 살아 있더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불가사의 한 일이다. 못에 박혀 어떻게 3년을 살 수 있었을까?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오.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와서 못에 박힌 도마뱀에게 주더라는 것이지요. 아무리 업을 짊어지고 태어난 중생이라 한 들 일개 미물인 도마뱀만도 못해서야 어디 쓰겠소.

 

옛말에 이르기도 남의 물건을 훔치면 도적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훔치면 행복이라 했지요. 지금부터 남편이 만나는 여자보다 더 남편의 마음을 훔쳐보시오.

 

“어떡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부처님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편을 위해 기뻐하는 일을 하시오, 어서 가 보시오.”

 

보살이 일어나면서 나를 이상한 듯 바라본다.

중이 부처 섬기지 말고 남편 섬기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보살이 총총 걸음으로 내려가는 길 위로 산새 한 쌍이 지지배배 거리며 울어 댄다.

  

  

나무관세음보살.

 

 

다음은 제 4편. 《자연 속에서 터득하게 되는 진리》로 이어집니다.












SNS 기사보내기
법천스님
저작권자 © SBC 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