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미황사 응진당 나한들

부처는 너무나 완벽하여 사소한 소원을 말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다. 이럴때는 개성있고, 인간적 요소를 가득 담은 나한들을 찾을 일이다. 점차 사람 가까이로 신들이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다. 다시 우리의 아름다운 미황사로 돌아가자. 응진당에는 석가모니의 제자들이 여럿 나열해있다. 매우 개성적인 모습이다. 부처님은 깨달은 존재로 전지전능하지만, 매우 멀리 있는 존재로 느끼기 쉽다. 나의 소원은 너무 사소하여 잘 들어줄 것 같지 않다. 이런 때는 바로 응진당을 찾아 맘에 드는 분을 골라 떼를 쓰면 될 일이다. 논산 쌍계사에도 이런 분들이 수두룩하게 자리에 앉아 있다. 우리시대가 가까워질수록 사람냄새가 심해진다. 이제 날은 어둑어둑해져 미황사를 떠나야 한다. 응진당의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분들도 헤어져야 한다. 뒤돌아보면 멋있는 달마산이 왈칵 발걸음을 낚아챈다. 누대 아래로 내려가면 대웅전이 속살까지 드러낸 아름다운 자태로 자고 가라고 유혹한다. 이대로 가면 언제 다시 저 품에 안길 수 있을까? 그냥 콱 여기서 살아버릴까? 자식들 얼굴이 금방 떠오른다. 할 수없이 발길을 옮긴다. 대웅전이 말한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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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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