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암사 극락전 전경, 편액이 한자씩 떨어져 있다. 규모는 작으나, 조선 후기 맛깔스럽고 엄격한 품위가 살아있다

조선 시대에 화재로 사라진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모습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에 있는 화암사가 바로 그런 절간이다.

화암사는 상량문에 따르면 1605년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끝날 즈음 1597년에 화암사가 불타버렸다. 타버린 극락전을 10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지은 셈이다. 임란 이후에 많은 절간이 다시 지어졌지만 화암사가 가장 빨리 재건한 축에 속한다. 그만큼 화암사는 인근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누가 돈을 댔을까. 완주 지방의 유지가 돈을 댔을 가능성이 크다. 절간의 내외적인 전체적인 분위기가 17세기 절간들의 짜임새와 분위기를 담고 있다.

본래의 화암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처음 세웠다. 이곳이 백제 지역이었던 만큼 백제식의 절집이었을 것이다. 여러 번의 중수를 거치면서 고려시대에도 남아 있었다. 화암사 중창기에 따르면 고려말 조선 초 성달생이라는 무인이 1425년부터 4년에 걸쳐 중창하고 단청도 다시 칠하였다고 한다. 세종임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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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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