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이 작년말 혜암 종정의 입적으로 공석이 된 종정을 선출하기 위한 원로회의를 내달 11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단 원로들은 혜암 스님의 49재가 지난데다 선방안거가 오는 26일 끝남에 따라 종정 추대를 위한 본격적인 순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만장일치 추대 가능성 = 종단 관계자들은 후보의 사전 물밑조율 진척상황이 변수이긴 하나 내달 11일 원로회의 소집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종정 선출은 원로회의 의원(19명)과 총무원장, 호계원장, 종회의장 등 22명이 후보를 추천해 표결 또는 만장일치 추대로 결정한다.

산문 안팎에서 물망에 오르고 있는 후보군은 법전(76) 해인사 방장과 숭산(75) 화계사 조실, 범룡(88) 전계대화상, 종산(78) 원로회의 수석부의장 등 수십년간 참선에 전념해온 선승들이다.

한 관계자는 '물망에 오른 네 스님을 놓고 최근 원로회의 스님들간에 1차로 의견이 돌았으며, 일단 만장일치로 후보를 추대한다는 데 원칙적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후보군 면면 = 법전 스님은 현재 원로회의 의장으로 성철 스님의 법맥을 잇고있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해인사가 성철, 혜암 등 역대 종정을 계속 배출한 점, 해인사 대불 조성 및 폭력사태 등이 불리한 점이다.

숭산 스님은 해외 포교활동으로 산문 안팎으로 유명한데다 범어문중과 함께 조계종의 양대 문중인 덕숭문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덕숭문중은 지금껏 한 차례도 종정을 배출하지 못했다.

동화사 비로암에 주석중인 범룡 스님은 선은 물론 교와 율을 두루 갖췄지만 세가 약하다는 평이다. 전계대화상이란 스님들에게 계(戒)를 주는 직책으로 청정승의 사표와 같은 자리이다.

종산 스님은 범어문중 사람으로 화엄사에서 주석했다. 전남대 의대 출신의 엘리트 스님으로 합리적이고 사리에 밝다는 평이다.

▲'멸빈자 사면복권' 변수 = 이번 종정 선출은 다른 때와는 달리 과거 종단 폭력사태와 관련한 '멸빈자의 사면.복권'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면.복권의 결정은 종정의 권한으로 94, 98년 종단사태와 관련한 사면.복권 논의가 최근 종정 추대와 맞물려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반감 역시 큰 것이 종단 내의 기류이기 때문이다.

물망에 오른 스님들 가운데 일부는 사면.복권에 긍정적이고 일부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사면.복권에 긍정적인 후보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없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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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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