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 교수, `그림 속의 음식...' 출간 주영하(周永河). 1962년 경남 마산 태생으로 올해 43세가 된 소장 민속학자다.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풀무원 김치박물관에 근무하게 된 인연으로 민속생활사, 특히 음식문화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1993년, 31세에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 주제는 `김치의 문화인류사적 연구'였다.

"우리가 `조선적'이라고 믿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명제들 중 일부분은 실제로 20세기에 들어와서 만들어진 계몽적 근대성의 표상(表像)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딱 어울리는 근대적 표상이 바로 김치였다. 주영하에 따르면 김치만 해도 1920년대 무렵에 서양에 대비되어 `조선적인 것'을 발명하는 과정에서 가장 한국적인 음식으로 재발명되었을 뿐이다.

본의 아닌 거짓말을 일삼아 온 그가 그간 그 자기 연구에 대한 비판을 겸한 근간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사계절)에서는 새로운 실험을 했다.

19세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풍속화 23장면에서 조선의 음식문화를 불러내고자 하고 있다. 이 풍속화 23면에서 많은 정보를 빼내기 위해 그는 줌인과 줌아웃을 동시에 구사했다. 그러다 보니 23장은 103장으로 불어났다.

단오절 씨름판 풍경을 묘사한 대쾌도(大快圖)에서는 술장사꾼과 엿장수를 주목했으며, 길가에서 술 파는 할미를 담은 김홍도 그림도 비중있게 살폈다.

궁중 음식문화에서는 드라마 `대장금'과 달리 중국사신 접대가 매우 간소했음을 밝혔으며, 동래부사가 왜(일본) 사신을 접대하는 장면을 묘사한 18세기 후반 채색화를 통해서는 이 무렵에 부산과 김해 일대에서 일본음식이 유행했음을 주장했다.

요즘 한창 각광받고 있는 근대 형성기 조선 화가 기산 김준근 풍속화도 비중있게 분석대상이 됐다. 한데 기산 그림은 그 전시대 풍속화와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대목이 있다.

철저히 서양인을 위해 조선의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다. 서구에 대비해 이것이야말로 우리 조선임을 강렬하게 주창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김치의 신화도 여기에서 숙성됐다. 280쪽. 1만5천원.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