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불교조계종 종정

 *불광사 주지(경남 양산시 소재)

 *SBC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사장

 *세계불교승왕 청봉 석정산 예하

 *전 사단법인 대한불교종단총연합회 회장



<우둔하기 때문에 대성한 스님>


천 마디를 알아도 그 진위를 올바로 깨닫지 못하고, 수행에 태만하면 한 귀절을 가지고 평생을 바쳐 참다움을 얻는 것만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셨을 때 많은 제자들 중에 나이가 많고 남보다 우둔하게 생긴 수행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이 우둔하기는 해도 근본이 성실하다는 것을 아시고 어떻게 해서라도 훌륭한 스님을 만들고자 5백명의 아라한에게 명해서 매일 가르치도록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이지 그는 3년이 걸려도 게송의 한 구절도 외우지 못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그의 우둔함을 비웃고 있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를 가엾게 여겨 직접 그를 불러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들려 주셨다.

“입을 다물고, 뜻을 품고, 몸은 비(非)를 범하지 않고, 이를 행하는 자는 반드시 깨달음을 얻는다.”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하면서 가르치셨다. 그는 부처님의 자비로움에 감격하여 열심히 이를 외워서 겨우 이 한 구절만을 알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나이가 들어 이제 한 구절을 외우게 되었는데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어서 별로 귀한 게송은 아니지만 그대에게는 이를 일러 주겠다. 즉, 몸으로 짓는 것에는 세 가지 악이 있다. 살생하는 것, 도둑질 하는 것, 사음을 행하는 것이다. 또 입으로 짓는 악에서 네 가지가 있는데 거짓말 하는 것, 두 가지 말을 하는 것, 욕이나 거짓으로 가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시 우리들에게는 이외에 세 가지 악이 있다. 강한 욕심과, 노하고 원망 하는 것, 그리고 어리석은 것이 그 것이다. 이것을 모두 합쳐 열 가지 업이라고 한다.

이 열 가지 악업이 일어남과 없어짐을 잘 살펴서 낳고 죽고 하는 생사윤회와 일체의 번뇌 kd상도 이 열 가지 업에서 이루어지고 또한 윤희와 망상을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해서 우둔하고 나이 먹은 그 수행자는 부처님의 자비로 가득 찬 가르침 덕택에 겨우 의심과 미망에서 벗어나 드디어 아라한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때 다른 정사에서는 오백 명의 비구니들이 매일 부처님이 지명한 수행자에게서 설법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아라한이 된 그 우둔하고 늙은 수행자의 설법이 있는 날이었다.


비구니 스님들도 그가 평소에 우둔하다는 말을 들은지라 ‘내일은 저 우둔한 수행자의 차례다. 그 바보가 어떻게 우리를 가르치겠는가? 만일 그 노인이 오면 이쪽에서 거꾸로 설법을 해서 꼼짝 못하도록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다음 날 5백 명의 비구니들은 강당에 모여 형식상의 예를 하면서 그럴 맞았다. 물론 비구니 스님들은 그를 깔보고 반드시 우스운 일이 생길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수행자가 그날의 강사로 성좌에 올라가 인사말을 했다.

“나는 아시는 바와 같이 덕이 없고 매사에 잘 모르는 모이고 배웠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겨우 게송 한 구절만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부터 그 시 한 구절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하니 들어주심녀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비구니 스님들은 조용히 들으려 하지 않았다. 특히 젊은 여승들은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쪽에서 먼저 설법을 해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려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입은 열려도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은 이상한 힘에 비구니의 마음과 입을 억누르고 있었다. 수행자는 조용히 말을 계속했다.

그는 다만 부처님께 배운 것을 말하고 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진지한 태도에 오백 명의 여승들은 뜻밖의 넘치는 큰 감명을 받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국왕 하시노크가 부처님을 비롯해서 많은 승려들을 궁전으로 초대했다.

이때 부처님은 이 노승자에게도 위엄을 주고자 쇠바리때를 들려서 함께 데리고 갔는데 성문에 이르자 문지기가 유독 그 늙은 수행자만을 보내지 않고 “당신은 수행자라고 해도 게송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주제에 감히 국왕의 공양을 받을 수 있겠는가? 우리들 속인들까지 게송 한두 가지는 알고 있는데 우둔한 당신이 공양을 받는다면 이것은 국왕에 대한 모독이다.”고 하면서 붙들었다.


이처럼 야유까지 하면서 들여보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그는 성문 앞에 서서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궁전에 들어가신 부처님께서는 이 때 몸을 씻으셨다. 성문 밖에서 부처님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던 그는 이때쯤이다 생각하고 늘 그랬듯이 팔을 뻗어서 쇠 바리때를 부처님께 드렸다.


한편 국왕과 왕비 그리고 많은 신하들이 궁전에 모여서 부처님께서 손을 씻으신 것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긴 팔이 마치 유령처럼 뻗어 나왔다. 깜짝 놀란 국왕은,

“이것은 누구의 팔입니까?”고 부처님께 물었다.

“이것은 나의 제자인 노수행자의 팔입니다. 오늘 나의 쇠바리때를 들려서 같이 왔는데 문지기가 들여보내질 않아 밖에서 기다리면서 내가 물을 쓰고 있을 때 이렇게 팔을 뻗어서 발우를 갖다 주는 것입니다. 그의 개달음의 힘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국왕은 노수행자의 우둔함을 들어서 알고 있는 터라 새삼 놀래며 부처님께 이렇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노수행자는 우둔하다고 들었는데 오직 한 구절의 게송만을 알고 그 의를 풀고 그 정신을 체득해서 몸, 마음, 입 모두가 깨끗해질 수 있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천장을 외워도 행실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한 구절을 듣고 악을 없앰만 못하다. 전언을 암송해도 정의를 얻지 못하면 한 구절의 뜻을 올게 행해서 깨달음만 못하다. 경을 많이 외워도 풀지 못하면 무엇에 쓰겠는가. 한 구절이라도 풀어서 행하여 불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처님의 이 가르침을 듣고 국왕과 신하들은 깊이 깨닫고 수행을 열심히 해서 성자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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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설법연구원 편


청봉 스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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