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하시어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五蘊産頂古佛堂에
毘盧晝夜放豪光이여
一念心光影現中하니
海印三昧遍十方이로다


오온산 꼭대기 옛 불당에
비로자나불 밤낮으로 백호광을 놓네
한 생각 마음 광명 그림자로 드러나니
해인 삼매가 시방에 두루하도다.


오늘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는 것은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보이시고, 총령도중에서 신 한짝을 들고 간 소식이라. 비로자나의 백호광명이요, 일체 유정의 일념심광입니다.


(주장자를 한 번 내리 치고)


이 주장자 소리는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니며, 중생과 부처가 하나임을 나타내는 소식입니다. 번뇌와 보리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고, 지옥과 부처를 통째로 삼켜 일념화두로 씹을 줄 아는 자라야 본분납자라 할 것입니다. 금일 대중은 세간과 출세간, 생사와 열반 그 어디에서도 살활자재(殺活自在)하여 독행독보(獨行獨步)하는 출격장부의 길을 가야합니다.


백장선사에게 한 수좌가 물었다.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
선사가 대답하기를,
"대웅봉에 홀로 앉아라"

대웅봉에 홀로 앉는 일이야말로 가장 기특한 일입니다. 대웅봉은 중국 강서성에 위치한 백장사의 뒷산 봉우리를 가리키는데, 산세가 웅장하고 험준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 산의 정상에 홀로 앉으라는 것입니다.


수행자에게 참으로 기특한 일이란 역경계든 순경계든 오직 홀로 우뚝 설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홀로 서지 못하면 참된 공부인이 아닙니다. 출가란 일체의 시비득실과 간택증애를 떨치고 고봉정상에 독좌하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망집을 집어 던지지 못하면 유치한에 불과합니다. 무릇 출가 대장부는 대웅봉에 독좌할 뿐 다시는 유치한 짓을 해서는 안됩니다. 독좌 대웅할 수 있는 수행자라야만 천상천하에 유아독존하여 비로정상에 활보할 수 있습니다.


가야산색천고청(伽倻山色千古靑)이요
홍류월광만년명(紅流月光萬年明)이로다
작야정좌소림원(昨夜正坐少林院)하더니
금조퇴설춘광연(今朝堆雪春光然)하도다


가야산 산색은 천고에 푸르고
홍류동 달빛은 만년토록 밝도다.
어제 저녁 소림선원에 바로 앉았더니
오늘 아침 퇴설당에 봄빛이 완연하네


만냥의 황금도 다투면 부족함이나 爭卽不足
서푼 황금도 양보하면 남음이로다 讓卽有餘

억!
(주장자 세 번 치고 하좌하시다)

불기 2559년 5월 7일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벽산 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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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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