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왕호 감독은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은 그가 주로 해외에서 많이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처음 보기에도 나이에 비해 매우 단단하고 호리호리한 몸매와 미남형의 얼굴을 가졌다.

그는 원래 태권도 선수였으며, 해병대 대표선수·태권도 국가대표까지 했을 정도로 태권도에 정통해 있었다.

그는 태권도 국가대표로서 세계시범단에 참여하면서 홍콩에서 이소룡을 알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당시 이소룡이 참여해 붐을 일으켰던 '골든 하베스트사'의 전속배우로 계약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되었던 것이다.

홍콩에서 '사대문파'라는 영화에 주연으로 발탁돼 큰 성공을 거두면서 '통천무', '천하제일권', '사대철인', '소림36방' 등 소림사에 관한 다수의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불교와 관련된 무술 영화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82년에 처음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후 영화의 제작에서부터 감독·주연까지 두루 섭렵했다. 특히 그는 1984년에 KBS에서 '비객'이라는 작품으로 방송국 무술드라마를 처음 시도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서 이후 많은 무술드라마가 나오는 계기를 말들었다. 무술드라마의 제작을 통해 홍콩·대만에서 주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이후 동남아시아·유럽으로까지 활동 무대가 넓혀졌다.

그는 영화를 통해 참된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해야할 일에 대한 사명감과, 항상 약자 편에 서서 정의롭게 자유를 이루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요즘 폭력적인 영화가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런 영화들 속의 언어는 지나치게 거칠고 폭력적인 부분이 많다. 이것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영화라는 것이 흥행성도 있어야 하고 재미도 있고, 교육적인 면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요소를 다 갖춘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왕감독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할 것이다.

그 노력의 하나로서 거친 액션 영화 속에 불법의 아름다운 대사들을 담고자 하는 것이다. 그가 불교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불법의 언어가 지닌 심오한 깊이와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자연스럽게 불교에 이끌리게 되었다.

"종교는 종교대로, 또 예술은 예술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좋은 이야기, 좋은 철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좋은 철학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승화시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외면과 내면을 함께 겸비한 인간의 한 모체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불교영화를 선택한 것입니다."

"영화가 불교 자체의 내용만 다루면 자칫 지루해 질 수도 있습니다. 뜻을 전달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가 알아듣기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불법을 믿는 신도들이야 있는 그대로 전수해도 충분히 납득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지만 일반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쉽게 전달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영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은 아마 내년 10월 정도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을 다 담아 완성도를 높이고, 불교영화인 만큼 인도나 티벳에서의 촬영도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또 중국이나 시장성 있는 홍콩과도 합작하여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이뭐꼬'라는 불교의 화두를 다음 작품의 제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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