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해인사방장 성파스님

 

반야행자여! 회향의 길을 떠나자!

불이 태우지 못하고 물이 빠트리지 못하며
바람이 날리지 못하고 칼도 자르지 못하네
부드럽기는 도라솜 같고 단단하기는 철벽과 같으니
천상, 인간이 예나 지금이나 알지 못하네

영축산중에서 하안거를 성만한 수행납자들은 우리 모두에게 본래 구족한 한 물건을 찾게 되었습니다. 폭염보다 더 치열한 구도심으로 정진했기에 나의 보물로 이 한 물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늘 변하지 않고 신령스럽게 빛나는 한 물건은 중생이 오면 중생에 응하고, 중생에 응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묘용이 자재합니다.

이 한 물건의 묘용을 분명하게 본 사람은 한 방울의 물로도 바닷물이 짠 것을 알고, 아침저녁이면 부는 시원한 바람결에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압니다. 소극적인 사람은 적극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내고 산만한 사람은 차분하게 만들어 주며, 집착이 많은 사람은 걸림 없는 삶을 살게 하고 원력이 없는 사람은 장대한 원력을 세우게 합니다.

이러한 모든 일은 불이 태우지 못하고 물이 빠트리지 못하는 한 물건을 분명히 알고 잘 활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털끝만큼이라도 본래 갖춘 능력을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화탕지옥의 고통에 자재하지 못하고 도산지옥의 과보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다행히 영축산중에서 정진한 수행납자들은 부처님의 가피와 신심 있는 불자님의 후원 덕분에 한 물건을 잘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원만하게 구족하게 되었습니다. 이 능력과 안목은 중생의 행복을 위해 회향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걸망 속에 반야과(般若果)를 가득 담아서 일체중생이 반야지를 체득할 수 있도록 길을 떠나야 합니다. 수행납자가 부처님의 은혜를 갚고 시주의 은혜에 보답하는 일은 청류교의 맑은 물로 중생의 열뇌를 식혀주고 무풍한송로의 시원하고 향긋한 바람으로 무명업장을 날려 주어야 합니다.

대나무 빽빽해도 물 흐르는 일 방해하지 못하고
산 높아도 흰 구름 흘러감을 어찌 막으리
竹密不妨流水過요
山高豈礙白雲飛리오





火不能燒요 水不能溺이며

風不能飄요 刀不能劈이라

軟似兜羅하고 硬如鐵壁하니

天上人間이 古今不識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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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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