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편. 《 사월초파일 등을 켜는 공덕 》

 

불기 2561년 사월초파일

부처님 나투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다.

스스로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부처님이 설하신 법의 등불을 밝혀서

사바세계를 수행하며 살라는 가르침이다.

 

이는 석가가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이다.

 

석가가 노년에 아난다의 청을 받아들여 설한 가르침이다.

 

석가가 죽림촌(竹林村)에 안거할 때 병에 걸려

심한 고통을 겪자 아난이 마지막 설법을 청하였다.

 

이에 석가는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설하였다.

 

이것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다.

 

이 가르침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즉, 석가 스스로 자신이 지도자임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석가가 만일 자신을 강조하였다면

‘나는 세상을 구제하는 자이므로

나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라.

그렇지 않다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다’라고

설법하였을지도 모른다.

 

소승도 출가하게 된 동기가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에서 말하는

스스로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부처님이 설하신 법의 등불을 밝혀서

사바세계를 수행하며 살라는 그 가르침에

두말할 필요 없이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등(燈)은 어둠을 밝히고자 하는 뜻에서 등을 켠다.

곧 어두움을 밀어내고

밝음을 찾고자 한 것이 그 이유이다.

 

본인을 위해 또는 부모, 형제, 자녀를 위해

등을 켜고 소원성취를 기원하게 된다.

 

사위성 교살라국의 도성(부처님께서 계실 때

바사익왕 곧 프라세나짓 왕이 거주했던 성이다)에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이 여인은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밥을 빌어 겨우 목숨을 이어갔다.

 

어느 날이었다.

사위성 온 성안이 떠들썩하게 북적거렸다.

온통 무슨 축제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여인은 분주하게들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오늘 성안에 무슨 일이 있는 날입니까?’

 

프라세나짓 왕이 석 달 동안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옷과 음식, 침구, 약 등을 공양하고 오늘 밤에는

부처님을 위하여 또 수만 개의 등불을 켜

연등회를 연하고 한답니다.

그래서 큰 성안이 왕을 따라 부처님에게

등불을 켜 드리려고 북적거립니다.

 

지나가는 사람은 가난한 여인에게

대충 그날 밤 있을 일을 설명하고 지나쳤다.

 

여인은 그 말을 듣고 한참 먼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프라세나짓 왕 곧 사위성의 왕인

바사익왕을 떠올린 것이다.

 

부처님과 생일이 같고 부처님이 성도하던 해

(B.C 589년)에 왕위에 오른 왕이었다.

 

여인은 바사익왕의 아들 기타 태자(太子)가

수달다 장자와 함께 7층의 장려한 가람 기원정사를

지은 것을 생각하며 한 숨을 내쉬었다.

 

프라세나짓 왕은 많은 복을 짓는구나.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으니 어떻게 할까.

나도 등불을 하나 켜서 부처님께 공양해야겠는데....

 

여인은 이렇게 뇌아리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동전을 빌리기 시작했다.

 

부처님께 등불 공양을 하기 위한 일이었다.

 

「한 푼 보시(아무 조건 없이 남에게

재물이나 옷 등을 주는 것)하십시오. 한 푼」

 

여인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겨우 동전 두 닢을 빌어

기름집으로 향했다.

기름집 주인이 가게 앞에 서있는

가난한 여인을 보고 물었다.

 

「어떻게 오셨오?」

「두 푼어치 기름도 팝니까?」

여인은 머뭇거리다가

기름집 주인을 보고 입을 열었다.

기름집 주인이 여인을 보며 대꾸했다.

 

「두 푼어치는 안 파는데 그걸 어디다 쓰려고...」

「부처님께 등불을 켜 드리려고 그럽니다.」

「부처님께 등불을?」

「이 세상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그 부처님을 이제 뵙게 된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나는 가난해서 아무것도

공양 할 것이 없는 까닭에 등불이라도 하나 켜

부처님께 공양하려고 그럽니다.」

「.........」

 

기름집 주인은 여인의 말을 듣고

기름을 푹 따라 주었다.

여인의 말에 감동되었기 때문이었다.

여인은 몇 곱절이나 되는 기름을

받아들고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처님에서 등불을 켜 드리고 소원성취하시오.

그 갸륵한 마음씨라면

그대의 소원성취는 이루어지리다.」

「감사합니다.」

 

여인은 주인에게 다시 절을 하고 기름집을 나섰다.

그날 밤이었다.

여인은 기름집에서 얻은 기름에 심지를 박아

불을 켠 뒤 부처님이 다니시는 길목에 불을 밝히며

속으로 빌었다.

 

-이 등불이 보잘 것 없는 등불이지만 이 공덕으로

내생에는 나도 부처님이 되어지게 하소서.-

 

여인은 한켠에 앉아 부처님이 있는 곳을 향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기도를 했다.

 

그 동안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 다른 등불이

하나 둘 꺼져가고 있을 때였다.

 

그때 다른 등불들은 다 꺼졌으나

여인이 켠 그 등불만은 더욱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난다는 그것을 바라보다가

부처님이 등불을 다 꺼지기 전에는

주무시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손으로 불을 끄려하였다.

그러나 그 불은 꺼지지 않았다.

가사자락을 또는 부채로 그 불을 끄려했지만

그 등불은 꺼지지 않고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부처님은 아난다의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부질없이 애쓰지 말아라.」

「그것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여인의

넓고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켜진 등불이다.

그러니 결코 그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등불의 공덕으로 여인은

오는 세상에 반드시 성불할 것이다.」

 

「아난다야, 그러므로 그 불은 목련의

신통력으로도 끌 수 없는 불이다.」

 

부처님은 아난다를 바라보며 말씀하시고 웃으셨다.

그때였다.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 저는 석 달 동안이나 부처님과 스님들께

큰 보시를 하고 수만 개의 등불을 켰습니다.

저에게도 미래의 수기를 주십시오.」

 

「대왕, 불도란 그 뜻이 매우 깊어 헤아리기 어렵고

알기 어려우며 깨치기도 어렵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보시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백천의 보시로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있소.」

 

「그러므로 불도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여러 가지로 보시하며 복을 짓고,

좋은 벗을 사귀어 많이 배우며

스스로 겸손하여 남을 존경해야 합니다.

자기가 쌓은 공덕을 내세우거나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이와같이 하면 뒷날에 반드시 불도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프라세나짓 왕은 속으로 부끄러워하면서

아무 말 없이 물러갔다.

 

가난한 여인이 켠 등불은 여전히

밝게 빛이 나며 타고 있었다.

마음으로 켠 등불이었다.

 

사월초파일은 부처님에게 등을 켜 올려

등불공양을 올리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이다.

행사일은 음력 4월 8일로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을 경축하기 위한 일이다.

 

부처님 탄생을 기리기 위해 등을 켜는 이 행사는

경축외의 뜻으로 일체의 소원, 소망의 기원이 곁드린다.

 

수명장수는 물론, 수명연장, 재액소멸, 소원성취 등을 위해

등불을 켜고 또 어둠으로 가려진 온 세상이

등불로 인해 밝게 되고 탐·진·치 삼독으로 가려진

자신의 무명을 벗기기 위해 등을 켠다.

 

향, 초, 과일, 꽃 등을 공양하고

등불공양을 올린 뒤 기원 드리는 사월초파일,

이 행사는 초파일 전 전야제로서

제등행렬을 실시하기도 하고

초파일 당일 제등행렬을 실시하기도 한다.

 

경축과 기원을 곁드린 행사로 제등행렬은 주로 경축,

사암에서 켜는 등은 기원의 뜻이 목적으로 담겨진다.

 

그러므로 이 날은 여러 형태의 등이 사용되지만

주종을 이루는 것은 연등, 8각등, 수복등이다.

 

연등은 흰 것이 영가천도,

붉은 것은 소원성취의 뜻을 담고 있고,

8각등은 8정도(八正道), 수복등은 수명장수의 뜻과

소원하는 바의 기원이 담겨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목적은 어두움으로 가려진 온 세상이

등불로 인해 밝아지기를 바란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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