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편. 《구봉산 백팔 돌탑》

 

구봉산에 첫눈이 내린다.

환상적인 설경아래 겨울의 낭만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눈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었던 바로 그 자리에 은빛비단

천지를 이루는 구봉산의 아흔아홉 봉우리 운치있는 하얀 눈

노송과 기암이 어우러진 겨울산은 황홀함 마져 느끼게 한다.

 

나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소재 구봉산하 법천선원에서 수행하는 비구 승려이다.

구봉산은 원삼면 죽능리와 백암면 용천리 안성 보개면 북가현리에 접해있는 산이다.

 

구봉산의 서편에는 태영CC가 산허리까지 차지하고 동편은 장촌부터 남쪽 황새울까지 수십km 산허리를 만들어 차량을 이용하여 접근 할 수 있는 산이다.

 

원래 원삼면 일대는 도읍지가 될 자리였다.

그리고 구봉산의 봉우리는 백개였다.

지금 서울의 삼각산 산신령님과 구봉산 산신령님께서 도읍을 놓고 논의하던 중 구봉산의 백봉이 높게 평가되어 일주일 후 도읍을 결정키로 하였으나 어느 날 큰 홍수로 인해 끝봉우리가 떨어져 나가 아흔아홉 봉우리가 되는 바람에 도읍지가 되지 못했다.

 

이러한 전설이 아니더라도 원삼면 일대는 배산임수의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구봉산 침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병고를 겪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법천선원(고시촌) 정상 바위에 암자.

병을 낫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리던 중 산신령님이 나타나 병을 낫게 해준 후 바위틈에 침을 두고 사라졌다고 한다.

 

병을 낫게 된 할아버지는 산신령이 두고간 침을 사용하여 수많은 환자들을 치유하셨다고 한다.

 

지금도 환자들은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을 구봉산에서 기도하면 고친다는 전설을 믿고 있다.

 

내가 수행하고 있는 법천선원은 옥소불 천불을 모신 천불전과 지하 120미터에서 솓는 옥암반수 물이 흐르는 용수전, 석여래 삼존불전, 석좌불전, 석와불전, 불탑암, 삼성암을 비롯하여 지장수가 솓아 아토피 환자들이 치유되고 있다.

 

구봉산에서 발견된 돌을 사용하여 백팔개의 돌탑을 쌓고 있다.

백팔돌탑을 쌓고 있는 불명. 불탑보살님은 2년 전에 돌아가신 모친께서 법천선원에서 참선 기도 중 나투시어 금은보화를 이곳 바위에서 전달해주는 선몽을 받고 돌탑을 쌓기 시작하였다.

 

연약한 보살의 미모나 외관상 무거운 돌을 사용하여 탑을 조성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원력이 아니면 상상할 수조차 없다. 불교는 이토록 엄청난 이적과 기적이 동반되는 원동력이 있다. 수도자가 지켜야할 도리와 자비와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갖기 위해서 눈 내리는 구봉산하 법천선원에서 참선생활에 정진하고 있다.

 

오늘 따라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뇌리를 스친다.

수의 한 벌 입지 않고 떠나버린 스님의 인연은 받아들이고 집착을 놓아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미워한다고

소중한 생명에 대하여

폭력을 쓰거나 괴롭히지 말며

 

좋아한다고

너무 집착하여

곁에 두고자

애쓰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고

증오와 원망이 생기나니

사랑과 미움을 다 놓아버리고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너무 좋아할 것도

너무 싫어할 것도 없다.

너무 좋아해서 괴롭고

너무 미워해도 괴롭고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 두 가지 분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늙는 괴로움도 젊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병의 괴로움도 건강이 좋아하는 데서 오며

죽음 도한 좋아함 즉

살고자 하는 집착에서 오고

사랑의 아픔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가난의 괴로움도 부유함을 좋아하는 데서 오고

이렇듯 모든 괴로움을

좋고 싫은 두 가지 분별로 인해 온다.


좋고 싫은 것만 없다면

괴로울 것도 없고

마음은 고요한 평화에 이른다.

그렇다고 사랑도 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돌처럼 무감각하게

살라는 말은 아니다.

 

사랑은 하되 집착이 있어야 하고

미워하더라도 거기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마음이

그곳에 닥 머물러 집착하면

그때부터 분별의 괴로움은 시작된다.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미움이 오면 미워하되

머무는 바 없이 해야 한다.

인연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인연따라 받아들여야 되겠지만

집착만은 놓아야 한다.

 

이것이 인연을 받아들이고

집착을 놓는

수행자의 걸림없는 삶이다.

 

사랑도 미움도 놓아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수행자의 길이다.

그래도 아직 나는 놓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럴 것 같다.

어머니이다.

내가 쓴 어머니의 시 한 편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끈겠다.

 

어 머 니

 

조용히 불러봅니다.

흙속에 묻혀 말없는 어머니

일평생 자식 위해

기도하던 어머니

저녁노을 무덤에

자욱이 덥혀도 말없는 어머니

어린 그 시절 어머니 무릎에

잠들던 그 시절이

그리움만 남긴 채 어머니 어머니 대답없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대답없는 나의 어머니

 

나무관세음보살.

 

 

다음은 제 22편. 《진정한 정이란 무엇이란 말인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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