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편. 《 스님, 정치 한번 하시지요 》

  

  

올 해 2012년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있는 해이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사찰이나 사암에 정치인들의 발길이 잦다. 아마도 교회도 마찬가지이리라 생각한다. 또 국가를 다스리고 경영하는 지도자가 있어야 국가와 국민이 살 수 있는 것이기에 중이라고 해서 정치를 고개 돌려 외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인가?

선거 때의 일이다. 지역의 유력 후보가 찾아 왔다. 이런저런 수인사가 끝난 후 그는 자기가 당선되면 사암으로 들어오는 길을 넓혀 주겠다는 것이다. 길을 넓히지 않아도 산에 사는 짐승들은 자기 갈 길을 잘 다닌다며 매정하게 거절하기에는 찾아 온 손님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저 가볍게 ‘고마운 일이오.’하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그 후보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대뜸

“큰 스님. 정치 한번 하시지요.”

하는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는 말에 할 말을 잊었지만 어떻게 나오는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그래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오?”

“우선 저의 사무실에 나오셔서 불자들 관리도 하시고 제가 당선되면 도로도 넓히고 도의원도 하시고 다음에는 저처럼 국회의원도 하시면 됩니다.”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듯 그의 속심이 훤하게 들여다보듯 그의 속마음이 보였다. 이전투구 하는 진흙탕 정치판에 나를 끌어들여 불자들의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권모술수가 그대로 눈에 보인다.

 

세속의 탐욕에 찌든 정치꾼과 시시비비 가려 무엇 하겠는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듯 소승 같은 수행승이야 법문을 먹고 살아야지요. 소승 이만 예불 올릴 시간이 되어 일어나겠소이다.”

 

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고 안 들어야할 소리를 들은 것 같아 마음 또 한 무거운데 중국 고사 하나가 떠오른다.

 

중국에서 가장 태평성대를 누렸다던 요순시대에 허유라는 출중한 선비가 살았다고 한다. 그의 학식과 덕망을 전해들은 황제가 허유에게 정승 자리를 맡아 달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들은 허유는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며 냇가에 가서 귀를 씻었다.

 

이때 하류에서 소에 물을 먹이던 소부라는 자가 그 사연을 듣고 이런 더러운 물을 자기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소를 상류로 끌고 갔다고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산중에서 법문이나 읽으며 사는 수행승이 정치가 무엇이고 권력의 위력이 무엇인지 알바 없으며 또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된다. 다만 백성들이 할 말 다하고 잘 살게 하는 것이 최상의 정치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이다. 권력자의 친인척이나 주변 인물이 줄줄이 묶여 형무소로 가고 그러다가 권력 세도가 나리도 붙잡혀 간다. 그런 꼴을 보며 국민들은 전부 다 도둑놈들이라고 매도해 버린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민심을 떠나 그놈이 그놈 말짱 도둑놈으로 매도당하는 정치인이나 정치가, 바른 장치나 정치인이 절대 될 수 없다.

 

옛 성현은 훌륭한 정치로 충분한 양식. 훌륭한 군대. 국민의 신뢰 세 가지를 들었다. 이 중에서 하나를 뺀다면 훌륭한 군인을 빼라. 야속하지만 또 하나를 뺀다면 양식을 빼라고 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치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성종 조선실록 9년 초에도 백성을 두려워하라 민심은 천심이라. 백성이 울면 하늘이 성을 내고 하늘이 성을 내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할 수 만 있다면 조상의 묘 자리라도 팔아서 권력을 잡으려 하고 일단 권력을 잡으면 몇 배, 몇 십 배 보상 받으려 하며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달인으로 변신하여 불신의 표본이 된다.

 

이런 세태는 정치인하고 사람하고 물에 빠졌는데 누구 먼저 건져야 하는가? 답은 정치인이다. 왜냐하면 정치인을 건지지 않으면 물이 오염되기 때문이라는 유머스런 이야기 까지 나도는 현실이 됐다.

 

이번에 새로 개원하는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보좌관에 친인척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이제까지는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비서진이 여섯인가. 일곱 명 되는데 임면권이 전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있다. 그러다 보니 아들 사위 딸에다가 심지어는 자기 부인까지 보좌진에 이름을 올려놓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월급과 각종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고, 이런 악폐를 없애기 위해 친인척 보좌진 채용을 금하는 법을 만들 예정이라는데 그것도 자신들과 직접 관계된 법안이기 때문에 그때 가봐야 안다는 것이다.

 

중국의 사기를 쓴 사마천은 마흔 두 살 때 황제에게 직언을 하다가 남성을 제거 당하는 수모를 당한 후 그 방대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기를 썼는데 정치에 대패서 관중은 백성은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예의범절이란 먹고 사는 일에 풍족해야 생기는 것이고 없으면 이슬처럼 순간에 사라진다. 사람은 부유해야만 인의 도덕이나 예의범절이 생기는 것이다.

 

천하가 희희낙락한 것은 모두 이익을 찾으며 부나방처럼 모여들기 때문이요 천하가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나며 혼란스럽게 시끄러움은 저마다 이익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

정치는 온갖 미사여구나 백화점 상품처럼 멋지게 포장된 정책보다는 한마디로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할 말 다하며 편하게 사는 게 정치의 근본이요 법이요 진리이다.

 

그러자면 마음부터 바르게 가져야 하며 정치(政治)는 정치(正治)이어야 한다.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십일홍이라 열흘 붉은 꽃 없으며, 권불십년이라 십년 권세 없다고 했다.

 

많은 결혼식장에 가서 축가를 불렀으면 많은 장례식장에 가서 곡도 해야 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때문이다.

 

잠시 잠깐 있다가 사라질 권력에 그렇게 연연하다니. 더욱이 산채나 먹으며 법을 구하는 중에게 정치를 하라니 텅 빈 주머니 속 풀풀 날리는 먼지 가지고 어찌 백성을 먹여 살리란 말인고?  

 

나무관세음보살.

   

 

제 9편. 《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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