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편. 《 자연 속에서 터득하게 되는 진리》

 

불가에서는 심 즉 불(心卽佛) 즉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한다.

 

천지를 가르는 어떠한 큰 힘도, 탐. 진. 치의 부질없는 짓도 전부 다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 느끼고 행하게 되는 인간은 자연에게서 배우고 진리를 터득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무심하게도 그것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 한 두 번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아야 한다. 은하의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을 머리 젖혀 올려다보자.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가? 세상 천지에 설레는 것 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는가?

 

자연은 우리 마음의 고향이고, 우리를 있게 한 부모이고 삶의 터전이고 마음의 안식처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인 루소는 인간들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햇살이나 물이 없으면 인간은 생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도 재화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어리석은 중생들은 지갑속의 지폐 몇 장은 목숨을 걸고 자연의 소중함이나 아까움을 모른다.

 

우리가 함부로 재물을 아끼지 않고 쓸 때 물 쓰듯 한다고 한다. 그렇게 쓰다 보니 시중에서 물 값은 기름 값보다 비싸졌고, 우리나라는 지하수마저 고갈되어 가고 있다고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푸르도록 시린 새벽에 눈을 뜨면 아침 밝은 태양 햇살을 보게 된다. 이 햇살이 고마운 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햇살뿐이랴! 물이나 공가, 한줄기 바람마저 우리에겐 생명의 근원이다.

 

한줄기 햇살이 벼 한 톨을 익게 하고 과일을 여물게 한다.

 

햇볕에 관한 역사적 일화가 하나 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복자로는 동양에서는 징기스칸이고, 서양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이다. 알렉산더가 세계 정복의 야욕을 펼치던 시절에 같은 아테네에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있었다. 그는 집도 없이 통 속에서 생활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노숙자 쯤 되는 셈이다. 이런 디오게네스에게 알렉산더 내왕이 부하들을 데리고 나타나서 물었다.

 

“나는 알렉산더 대왕이다. 그대가 디오게네스인가”

“그렇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

“대왕, 저리 비키시오. 지금 내가 필요한 것은 햇볕이요.”

 

우리가 자연 속에서 얻는 생활의 지혜는 많다. 노인 어르신들이 팔 다리 쑤신다면 장독대 덮으라고 하면 중앙기상청 일기예보 보다 더 정확하게 비가 내린다. 칼날같이 춥고 차가운 날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으면 먼 길을 떠나지 말라고 한다. 큰 눈이 내릴 징조라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꿰뚫어 맑은 하늘에서 대설을 보는 지혜가 놀랍다.

 

제비가 물을 차면 비가 온다는 말도 있다. 비가 오기 전에는 공기 중에는 습기가 많아져 잠자리들이 낮게 날기 때문에 잠자리를 잡아먹는 제비들이 물을 차듯 날면 비가 오는데 조상들은 이 자연의 이치를 놓치지 않고 알아낸 것이다. 소가 동쪽에 꼬리를 두면 가물고 서편에 두면 비가 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자연은 알고 보면 발아래 밟히는 잡초 한 포기에서 한 방울의 무리에 이르기까지 위대하고 장엄한 위력을 지닌다.

 

내가 젊은 시절 수행 중 강릉에서 묵호 방향으로 밤에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다. 맑은 달빛 아래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들, 자꾸 만 밀려오는 파도에 정신을 빼앗길 정도였다. 그리고 저 많은 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결국 한 방울의 물들이 모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작은 것이 큰 것이요, 큰 것이 작은 것이라는 평범하나 심오한 진리를 생각한 적이 있다.

 

세속의 탐욕을 접어 둔 수행승이기에 그날이 며칠인가도 몰랐는데 후일 알아보니 정월 대보름이었다.

 

중국의 노자는 물에 대해서 상선약수라고 해서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더러운 것들을 씻어주며 사람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고 물의 겸손을 이야기 했다.

 

물을 이야기 하는데 내가 머무는 산방에 비가 내린다. 산에서 많은 생활을 해 온 나는 비가 내리면 왠지 푸근한 마음을 갖게 된다. 허술한 지붕위에 후드득 거리며 내리는 비. 장독의 항아리에 부딪치며 아픈 비명을 지르면서도 자꾸 내리는 빗방울들. 그러나 비는 내리는 시간에 따라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

 

야심한 밤에 처량하도록 내리는 비는 하늘의 소리처럼 들린다. 새벽 예불 시간 쯤 내리는 비는 인간의 혼백을 생각하게 한다. 한낮에 내리는 비는 자연의 때를 씻겨내는 것 같다.

 

이처럼 하염없이 내리는 한 방울의 비도 소중한 자연이다. 작은 것이 없으면 큰 것도 없는 법. 작은 자연의 섭리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 속에서 진리를 터득하게 해 준다.

   

 

나무관세음보살.

    

 

다음은 제 5편. 《지금 동행중에 스승이 있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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