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같은 세월이 흘러 병신년 하안거가 시작 되었습니다. 안거동안 수행자는 인간의 본분사(本分事)를 해결하기 위해서 용맹정진을 다짐하는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주만물의 궁극적 본질인 진리의 여실한 그대로의 참모습(眞如實常)을 사유하는 불교는 과학을 뛰어넘고, 철학적 사유의 틀 안에 갇혀 있지 않으며, 언어와 문자로 표현할 수도 없는 깨달음을 증득하도록 출세간(出世間)의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세간(世間)의 이치보다 수승하며, 깊고 오묘한 의리(義理)로서 유식(唯識)에서는 승의(勝義)라 하고, 우주본질을 함유하고 있는 승의(諸法勝義)를 곧 진여(眞如)로 규정하고 있는 것 입니다. 여기서 진(眞)은 시간적으로 변하지 않으므로 진실(眞實)되어 허망(虛妄)이 아니고, 여(如)는 공간적으로 변하지 않으므로 여상(如常)하기에 항상 모든 법의 본성인 진실한 마음이며, 깨달음의 본체(眞實如常)이자 수행자가 추구해나가는 궁극입니다. 수심결에도 진실한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끊어지지도 변하지도 않으며(眞心如空 不斷不變), 그 한 물건은 영원히 신령(一物長靈)하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본질적 진실의 참 뜻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날 각종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현실의 감각과 인지증가(認知增加)의 강화현상(强化現象)인 가상현실(假想現實)의 한 형식으로 인간사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강현실(增强現實)까지도 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현상은 수행도중에 신체감각의 상실과 더불어 존재하는 공간지각도 함께 사라진 상태를 맛보게 되는 현상과 유사한데, 이 때 모든 경계가 사라져 우주 대자연이 나와 한 몸이 된 초월적 의식상태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수행자에게 알음알이와 망상에 얽매이지 말고, 세계와 자아가 분리되지 않은 가상이 현실인간의 존재와 사물의 본질. 그리고 그에 대한 인식과 인지의 문제 등 철학적으로는 지금여기, 실재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문제를 환기시켜주는 새로운 화두출현(話頭出現)의 계기라고 하겠습니다.

끝으로 조계산승(曹溪山僧)의 바람은 결제에 들어가는 수행자들이 알 수 없는 의문을 타파하기 위하여, 부디 분별•망상심(分別•妄想心)을 다 놓아버리고, 말없이 흐르는 물처럼 무념무상(無念無想)의 마음으로 화두참구에 전심전력(全心全力)을 다해 참나 찾기를 성취하길 기원하는 바입니다.

萬法皆空明佛性 만법이 모두 공하니 부처님의 성품을 밝히고,
一塵不染證禪心 한 티끌도 물들지 않으니 선의 마음을 증득하네.
身在上方諸品靜 몸을 높은 경지에 두니 모든 사물 고요해지고,
心持半偈萬緣空 마음으로 게송지니니 만 가지 인연이 쉬네.

 




불기 2560(2016)년 하안거 결제일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慧 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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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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