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1998년 발간된 〈돈황학 대사전〉 표지. 표제어가 6900여 개에 달하는 〈돈황학 대사전〉은 돈황학 연구를 총망라하고 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의 노력으로 오는 10월 한국어판이 정식 발간된다.


‘불교 문화의 보고’이자 ‘동서문화의 십자로(十字路)’였던 돈황에 대한 모든 것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돈황학 대사전〉의 한국어 번역판이 오는 10월 출판된다.

〈돈황학 대사전〉 한국어판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원장 조성택)과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소장 권탄준)이 두 연구기관의 인문한국(HK)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2년 3월 공동 번역을 합의한 두 기관은 그해 8월에 정식 협정을 체결한 후 지금까지 약 3년 동안 번역과 교정을 진행해 왔으며, 이후 감수와 수정을 거쳐 오는 10월에 정식으로 〈돈황학 대사전〉을 출판할 계획이다.

번역은 철학, 역사, 종교, 문학, 미술, 건축 등 각 분야 전문 연구자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주요 역자로는 류준형(영남대), 정병윤(한국외대), 최병학(금강대), 한지연(금강대) 교수 등이다.

또한 두 연구기관의 성격을 고려해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경전, 불교 벽화, 전적, 미술 등 불교 관련 분야를 맡았으며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은 역사, 어문학, 도상, 복식, 관련 저작, 연구자 등의 분야를 번역했다.

〈돈황학 대사전〉은 중국돈황투르판학회, 돈황연구원, 상해사서출판사의 합작으로 13년에 걸친 자료수집과 집필을 거쳐 1998년에 출판됐다. 이 작업에는 원로부터 중견, 청년학자까지 중국·대만·러시아 등 돈황학 연구자 120여 명이 참여했다. 당시 집필에 참여했던 신진학자 롱신장(榮新江), 왕산칭(王三慶), 정아차이(鄭阿財) 등은 중국과 대만의 돈황학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돈황학 대사전〉은 사실상 돈황학 연구 성과를 총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240만자의 한자가 사용됐고, 표제어만 6925개에 달한다. 표제어를 살펴보면 석굴·설법도·경변도·불교 전적·사경 등 불교 관련 분야부터 정치·법률·경제·복식·음악·천문학·민속·종교(도교, 경교, 마니교 등)까지 모든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고 있다.

또한, 채색 그림 123폭과 텍스트에 딸린 삽도 626폭 등 수많은 사진과 그림 자료들을 첨부돼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벽화나 유물의 모든 부분을 세밀히 답사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높은 연구 자료적 가치를 가진다.

돈황학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돈황학 대사전〉은 한국 불교와 문화사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도 활용도가 높다.

< 돈황학 대사전> 한국어판 발간 의미에 대해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동국대 명예교수)는 “돈황 석굴은 건축이면서도 조각과 회화 등이 담긴 종합적 예술품이자 문화유산이다. 또한 북위부터 청대까지 적지 않은 불교 문화재가 보존돼 있다”면서 “이 같은 문화유산들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불교 문화와 사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황의 방대한 문화에 대한 전문 연구를 한 권으로 망라한 것은 <돈황학 대사전>이  유일하다. 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은 그 의미가 깊다”면서 “인도·중국·실크로드의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기초적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 불교문화 연구에도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번역 책임을 맡고 있는 전광훈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 역시 “불교 문화의 교류는 고대 한국인의 발자취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돈황학 대사전〉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서문화 교류사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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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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