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아미타 삼존불


길덕’ ‘만덕’ ‘금이’ 등 평민들의 시주자 이름이 대거 등장한 고려 아미타삼존불공덕을 쌓으며 부처님에게 소원을 비는 ‘발원(發願)’에는 신분고하의 차별이 없었다. 크고 작은 불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찬란한 불교미술을 잉태했고 그 공덕으로 현재의 아름다운 불교미술 작품이 남겨졌다.


불교미술을 후원한 옛사람들의 삶과 염원을 살펴보는 특별전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8월 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불교미술 작품과 함께 전해지는 ‘발원문’에 주목한다. 불복장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진행하는 소장 불교조각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연구 사업의 최신 성과로 ‘금동아미타삼존불’,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불상 속에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던 복장물과 명문 기록들이 보존처리를 거쳐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총 126건 431점의 작품이 공개되는 전시에는 34건 134점이 국보와 보물이고, 시도 유형문화재가 3건 3점이다. 사리구와 불상의 명문(銘文), 경전의 간기(刊記), 사경에 기록된 사성기(寫成記), 불화의 화기를 비롯해 범종·쇠북·향완의 명문 등 다양한 형식의 발원문을 통해 불교미술품 제작에 얽힌 사람들의 삶의 희로애락과 신심(信心)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법당 안에 불상과 불화를 봉안하고, 법회를 열어 부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불사에는 주로 왕실이나 권력 있는 신료 같은 당대의 권력자, 재산가의 후원이 있었다. 이번에 전시된 ‘황복사지 삼층석탑 사리구’ 중 하나인 ‘금제 불입상’(국보 80호)의 복장품에는 신라 신목태후가 어린 왕에 대한 우려와 기원을 담아 시주한 발원문이 남아있다.


반면 고려시대인 1333년 조성된 금동아미타삼존불상은 몸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발원문을 품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길덕’ ‘만덕’ ‘금이’ 등 성씨가 없는 평민들의 시주자 이름이다. 복장물(불상을 조성하면서 배 안에 넣는 여러 가지 유물) 중 다라니 판본에 예문관 대제학을 지낸 김진의 이름도 등장한다. 고위 관료부터 평민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아미타삼존불을 조성한 사실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1346년의 문수사 아미타불좌상 복장물에도 비슷한 사례가 보인다. 13세기에 들어 경제가 활성화되며 평민계층에서도 많은 불사에 동참함을 짐작케 하고 있다.


   

신라 신목태후가 시주한 황복사지 사리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이외에도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재의 복장물도 일반에 공개된다.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는 성보가 7건 77점에 달한다. 수덕사가 소장하고 있는 ‘문수사 아미타불 복장물’(보물 1572호)의 복식과 아름다운 직물은 고려 시대 수준 높은 직물 문화를 보여주며, 파계사 원통전의 관음보살상 복장물인 ‘영조대왕 도포와 발원문’(중요민속문화재 220호)은 임금이 입던 도포가 간절한 염원을 간직한 채 복장물로 납입된 신심어린 이야기를 전해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왕공귀족, 관료, 향리(鄕吏), 향도(香徒), 백성, 여성 등 불사를 후원했던 각계각층으로 나눠 전시를 구성했다. 시대에 따라 어떤 계층이 어떤 분야를 후원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가가 후원한 사리구에서 백성의 소박한 바람이 담긴 작은 불화에 이르기까지 당시 불교미술에는 신앙과 염원이 깃들어 있다”며 “특별전을 통해 우리 삶을 지탱해 온 종교적 정서에 눈을 돌리는 여유를 가져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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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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