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세 번치고 이르시되

부처님과 조사의 지위를 구하지 아니하고
부처님과 조사의 정법안(正法眼)을 구하고저 함이로다.
불법(佛法) 문중에 수승(秀勝)한 보배는
각자의 있는 바 마음과 성품의 보배로다.


수행하는 납자가 다 이르되 해제라 하니
해제는 참 성품을 깨닫고 부처님과 조사를 잡으며
바람을 따르고 물결을 따라서
인연따라 중생을 제도하면 곧 이 해제니
만일 능히 일 마친 장부일진댄
한 마디 일러라.


대중이 말이 없거늘
잠깐 있다가 “할”을 한번 하고 이르되
밥값은 그만두고 도리어 나에게 방값을 내라,

만약 또한 깨닫지 못했을 진댄
스스로 속이지 말고 간절히 모름지기 참상(參祥)할 지어다


 양마(良馬)는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리니
크게 깨다름으로써 법칙을 삼고 간절히 참구(參究)할 지어다.

서산대사께서 이르시되
십년을 단정히 앉아 심성을 옹호하니
깊은 숲속의 새도 놀라지 않는 도다.


어젯밤 송담(松潭)에 비바람이 모질더니
물고기 외뿔나고 학은 세 번 소리쳐 울도다.

서산대사는 저 향산(香山)에서 십년을 단정히 앉아서
도를 얻음이 이와 같거늘
근래 학자는 석달도 견디기 어려워서
도리어 네거리를 해매는 떠돌이 승이 되기 일쑤니
어떻게 칼날 같은 기상을 드러내겠는가?


게송으로 이르되
심공소유여허공(心空所有如虛空)하고
돈식제연무소유(頓息諸緣無所有)로다
원리망상급제취(遠離忘想及諸趣)하면
처지답득안심처(處處踏得安心處)로다

마음에 있는 바를 비워 허공과 같고
물록 모든 연을 쉬어 아무것도 없도다
망상과 모든 경계를 멀리 여의면 이르는 곳 마다 안심처를 밟아 얻어리라


주장자를 세 번 치고
드디어 하좌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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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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