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방장 원명스님

 

道心堅固(도심견고)하야
須要見性(수요견성)하라
疑着話頭(의착화두)호대
如咬生鐵(여교생철)이어다


 도심을 견고히 해 반드시 견성할지어다.
화두를 굳게 참구하기를 마치 생철 씹듯 하라.

중생의 어리석음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 같습니다.
출렁이는 파도 같은 번뇌는 잠시도 쉬지 않습니다.
무언가 골똘히 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요동칩니다.
수행자가 견성코자 한다면 도심부터 굳건하게 해야 합니다.


뼈마디가 쑤시고 허리가 끊어 질 듯해도 방석위에서 버텨내야 합니다.
조금 힘들다고 눕고 일어서면 본분사와 가까워질 기약이 없습니다.
한번 결심을 했으면 씹히지 않는 생철을 씹고야 말겠다는 정신으로 화두를 들어야 합니다.
생철을 깨물려 하지만 도저히 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철수화개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쇠나무에 꽃이 핀다는 말인데 도저히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찾아내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천길 절벽에서 활로를 찾아 혼연일체가 된 것을 말합니다.
부처님이 그러했듯이 자신만의 샛별을 보려면 이러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 수행자들은 투철한 믿음과 용맹심이 부족합니다.


옛 선사님들은 끝장을 내기 전에는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로 정진 했습니다.
수행에 있어 간절함은 자신을 절제하고 스스로를 냉철하게 만듭니다.
지나간 것에 미련을 갖지 않고 다가오지 않은 것에 대해 헛된 계획을 하지 않게 합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지금이라는 이 시간은 자신에게 가장 큰 의미를 깨닫게 하고 짧지만 궁극의 원천이 됩니다.


용맹한 수행자가 되었으면 무사가 칼을 빼어 들고 적을 향해 달려가듯 망설이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적장의 목을 베고야 말겠다는 투지로 덤벼야 합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세상에 어떤 것도 없습니다.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쉽고 큰 유혹의 대상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대자유를 얻을 수 없습니다.
한 방울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데도 수많은 역경을 거쳐야 이르게 됩니다.
하물며 생사의 근본을 해결하는데 어찌 난관이 한 두 가지 뿐 이겠습니까?
시시각각으로 몰려오는 졸음은 우리의 마음 달이 드러나지 못하게 합니다.
온갖 병마는 목숨을 위협하며 두려움에 떨게 해 의지를 나약하게 만듭니다.


각자가 한 철을 기한하고 애를 썼지만 득력한 힘이 얼마나 되는지 반문해야 할 것입니다.
분명하고 확고하지 않고서는 건너갈 수 없는 미혹의 길이라는 것을 안다면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해제는 결코 우리를 외면하고 지나쳐가지 않는 생사의 마와 결판을 내는 그 날을 위해 용맹심을 다지는 날이어야 합니다.

오직 스스로 개척한 길을 찾아서 유유히 산문을 나서는 진실 해제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學道無多字(학도무다자)하니
當人決定心(당인결정심)이라
忽然都放下(홀연도방하)하면
物物是知音(물물시지음)이로다


 도를 배우는 것은 별다른 게 없고
자신의 결정된 마음뿐이네.
홀연히 모든 것을 내려놓아버리면
두두물물이 모두 내 벗이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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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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