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횃불을 들고 다닌 바라문>



조그만 지혜나 지식을 자랑해서는 안 된다.그것은 마치 장님이  불을 가진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마을에 지혜가 있어서 만사를 알고 있다고 자처하는 중이 있었다.그는 천하에 자기만큼 지혜로운 대 학자는 없다고 자랑하고,한편 이세상 사람들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아서 그의 콧대는 더욱 높아 갔다.

 

그는 드디어 대낮에 횃불을 들고 다니면서 이렇게 큰소리로 외쳤다.

"아! 세상 사람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 때문에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아니 불 힘조차 없으니 말이다.그래서 나는 귀찮기는 하지만 이렇게 불을 켜들고 다니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의 태도는 자못 거만하고 밉살스러웠다.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내심으로 화가 났지만 막상 그와 맛붙어 싸울 수는 없었다.왜냐하면 항의를 해도 당장 그에게 패할게 분명했고,실제로 그의 지혜와 학식에는 당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대낮에 횃불을 켜들고 마을을 돌아다녔다는 이 중대한 소문을 마침내 부처님께서 듣게 되셨다.부처님께서는 이 중의 마음 바탕만은 착하다는 것을 아시는지라,그가 명예를 탐내다가 지옥의 고통을 받을 것을 불쌍히 여겨 어떻게 해서라도 참다운 깨달음을 갖게 해 주려고 하셨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한 현자로 변장하고 마을로 내려가 그 중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얼마 후 그 중은 늘 그랬듯이 횃불을 켜들고 뽐내면서 걸어왔다.변장한 부처님은 그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여보시오.대낮에 불을 켜들고 무엇을 하는 겁니까?"

 

그러자 그 중은 아니꼽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무식한 질문을 하시는군.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어리석은 사람들이라 눈이 있어도 낮과 밤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랍니다.그래서 내가 이렇게 불을 켜서 주위를 밝게 해주는 것이요."

 

"그러시다면 수고가 많으십니다.관솔에 불을 켠들 얼마나 밝겠습니까? 당신은 경중에 네가지의 세상을 밝히는 법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아직 듣지 못했소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조용하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모른다면 가르쳐 드리지요.네 가지의 밝음의 법이란 첫째로 천문지리를 밝게 하여 춘하추동의 사계절을 조회시키는 것이고,둘째로 성좌를 밝게 해서 보시.지계.인욕.정진.지관의 오행을 분별하는 것이고,셋째로 치국을 밝게 해서 백성을 편한케 하는 것이고,넷째로 장병을 밝게 해서 국가를 안정하게 하는 것입니다.그런데 당신은 승적에 있는 사람으로 이 사법을 밝게 하는 것이 책임인데 다만 불을 켜들고 낮과 밤을 밝게 하려하니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현인으로 변장한 부처님의 이와같은 설법을 듣고 그 중은 얼굴이 붉어져 땅에 엎드렸다.

"아! 지금의 말씀이야말로 참다운 진리입니다.당신에게는 나의 지식이 감히 미치지 못하고 마음 또한 미치지 못한 말씀입니다.나는 그대에 비해 얼마나 어리석은지 부끄럽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 중이 진정으로 깨달음의 방향을 잡는것을 보고 기뻐하시면서 다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조금 듣고 조금 알면 스스로 그것을 크게 해서 사람들에게 자랑을 한다.장님이 불을 켜듯 밖은 밝아도 안은 깜깜하다.즉,적은 지혜나 지식을 자랑하고 횃불을 켜서 대국을 밝혀 만인을 밝게 하려면 올바른 배움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 중은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이후 참다운 제자가 되었고 용맹정진한 끝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법구비유경 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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