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들에게 무엇을 물려 줄 것인가? >

"너희들은 법의 상속자가 되어라. 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너희들을 연민하기 때문에 나의 제자들은 법의 상속자가 되고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기를 바란다." -법사경-

오늘은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상속해 주는 것이 좋은지,앞에 봉독한 <법사경>의 경구를 중심으로 '가장 값진 유산'이란 제목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런 주제를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그간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도한 일련의 개혁조치의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점도 있습니다만,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고쳐야 할 몇가지의 문제점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나이 어린 자녀에 대한 변칙 재산상속과 돈과 권력을 이용해 자녀를 인류대학에 불법으로 입학시킨 사례등을 들 수 있습니다.이 두가지 유형이 모두 자식에게 무언가를 물려주겠다는,자녀의 장래를 위하는 부모의 노파심에서 기인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가장 값진 유산인가? 무엇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인가?

오늘 여기 모인 불자님 가운데는 자식이 없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만,자식이 없는 분은 자기가 직접 나은 혈육만이 자식이라는 좁은 생각을 버리시고,남의 자식도 내 자식이라는 넓은 마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봅시다.단지 내 자식에게 유산을 남긴다는 생각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물질적인 유산,즉 재산을 들 수 있겠지요. 몇 년 전에 우리 국민의 관심사는 재산문제뿐이었습니다.공직자 재산공개에 이어 금융실명제의 실시,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직에서 쫓겨났고,사회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꼭꼭 숨겨놓았던 땅과 건물들이 속속 드러나 신문지상과 텔레비젼의 화면에 나타날때 과연 그분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아마 그분들에게는 태풍보다도 더 큰 위력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아직 미성년자인, 그러니까 아직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청소년,심지어는 4~5세의 어린이가 수만평의 땅이나 수억원대의 건물을 소유한 큰 부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미성년자가 수억원대의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은,삼척동자도 그 재산은 그 자신이 노력해서 모은 것이 아니라 부모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것입니다.부모덕에 신문과 텔레비젼에도 오르내리게 되었으니 매스컴을 탄 행운아가 되었습니다만,정말 그들이 행운아일까요?

그 실제 소유자는 어린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재산을 숨기기 위해서 자식 명의로 등기했을 수도 있습니다.이런 경우는 부모가 재산의 은닉수단으로 자식의 이름을 사용한 부도덕한 행위에 불과하지만,개중에는 실제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미리 상속절차를 밟아놓은 경우도 상당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만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닐까요? 여러분이 그 사람들처럼 수백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면,그 분들처럼 하지 않았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우리 국민은 과거 오랜 세월동안 가난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러나 옛날의 우리 선조들은 비록 가난했지만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습니다.공직자가 가난한 것은 청백리라 하여 오히려 존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우리 국민의 의식속에 서구문명의 유입과 더불어 가난을 죄악으로까지 생각하는 잘못된 풍조가 자리잡기 시작했고,물질이 모든것을 우선하는 잘못된 사고,이른바 물질만능 황금만능의 사고가 판을 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행복은 물질적인 부,즉 돈과 직결되는 것인양 착각하게 되었고,자식에게도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자식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싹트게 된 것입니다. 정말 재물을 물려주는 것이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길일까요?

그보다 앞서 부자가 정말 행복한가 생각해 봅시다. 부자는 정말 행복할까요?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왜냐하면 부자가 행복하지 않다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통계가 있습니다.주간 조선과 한국갤럽 공동의 '한국인의 부(富)의식'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아직 우리 국민의 의식이 크게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질문 내용은 '아주 큰 부자가 보통 사람보다 더 행복한가?'라는 설문에 대해서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21.8%,더 불행하다는 21.7%, 더 행복하지도 덜 행복하지도 않다는 51.8%, 모르겠다는 15.1%였습니다.

물론 이 설문 내용과 부자나 가난한 사람 당사자가 느끼는 행복도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여론조사가 꼭 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자가 보통 사람보다 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 응답이 50%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 의식속에 자리잡은 부자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다는 의미도 되고,행복은 결코 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부에 대해서 건전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입니다.문제는 부자가 더 행복하다고 응답을 한 21.8%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문제는 과연 부모가 자식에게 큰 재산을 물려주었을때 자식이 그 재산으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본인이 큰 재산을 모은 것과 아무런 노력없이 큰 부를 물려받은 것과는 같은 재산이라도 그 의미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부모의 유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다 행복한가? 부모의 유산이 자식의 행복을 보장하는가?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부처님은 '그렇지 않다'하셨습니다. < 아함경 >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가업을 이어도 돌보지 않으면 아무리 부유한 집도 많은 재물이 흩어져 없어지고,절제없는 생활은 모든 삿된 생각만 날로 늘어 현세에도 후세에도 도움받을 길이 없느니라"

부모가 아무리 큰 재산을 물려주고,설사 큰 회사를 송두리채 물려준다 할지라도 그 재물로 인해 자식의 장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부모덕으로 큰 재산을 소유하게 된 사람이라면 대부분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까요? 모두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재물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알지 못하기 마련입니다.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게으른 생활,방탕한 생활에 젓어들기 쉽습니다.함부러 낭비와 사치로 일관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일이 아닙니까?

그리되는 경우는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산이 오히려 자식의 일생을 망치는 독약,아편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식에게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자식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내면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튼 갈등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한서(韓書)>에 '유자황금만량 불여일경(遺子黃金萬量 不如一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자식에게 남겨주기에는 황금이 가득한 상자가 한 편의 경서보다 못하다는 뜻입니다.또 <후한서(後韓書)>에는 자손에게 유산을 남기면 자식이 놀고 먹는 위태로운 버릇에 빠지기 쉽다는 글도 있습니다.

자식이 놀고 먹는다든가 방탕하다든가 하는 폐단 외에도 유산다툼으로 인해 형제간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허다하지 않습니까? 물론 여러분의 자녀들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적지않은 물질적인 유산을 남긴다면 그 유산으로 인해 의좋은 자식들간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돈 많은 유태인의 아들이었습니다.그는 욕심이 없었습니다.반면에 그의 누이동생은 욕심 많은 여인이었는데,그녀는 스피노자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것을 기회로 부친의 재산을 혼자서 독차지하려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스피노자는 크게 노해서 누이를 고소했습니다.재판 결과 그는 승소했습니다.그러나 그는 본래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판결이 난 후 재산을 모두 누이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웃지 못할 일화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실업가 가피텐 프라는 그가 피땀흘려 모은 큰 재산을 둘러싸고 그의 상속자들이 추잡하게 싸우는 꼴을 보자 크게 낙심했습니다.

그는 비밀리에 기발한 유언서를 작성했는데,그 유언서에는 그의 막대한 재산을 한마리의 거머리에게 주도록 되어 있었습니다.오죽했으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를 유산상속자로 정했겠습니까? 상속자 가운데서 이의신청을 내고 소송을 벌리기도 했지만 별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너희들은 법의 상속자가 되어라.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나는 너희들을 연민하기 때문에 나의 제자들은 법의 상속자가 되고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기를 바란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물질적인 유산은 자식의 삶에 도움을 줄 수는 없습니다.물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것은 아니지만,그에 못지않게 많은 폐단이 따르기 때문에 물질적인 유산으로 자녀의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입니다.

물질이란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사람을 타락시키는 원흉이기도 합니다.타락시키는 원흉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는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경구에서 말씀하신 것처럼,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법의 상속자가 되고,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이 말씀은 여러분도 자식들에게 재물을 상속하지 말고 법을 상속하라는 말씀과도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자식처럼 연민하시기 때문에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고 법의 상속자가 되기를 바라신 것처럼 여러분도 진실로 자식을 사랑한다면 자녀들에게 재물의 상속자가 되도록 하지 말고 법의 상속자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과연 법이란 어떤 것일까요? 재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지만,법이란 매우 추상적인 말이어서 무엇을 말하는지 애매하지도 합니다.그렇지만 법의 상속자가 되려면 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단 한시도 법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법을 지킨다'든지 '법대로 한다'든지 우리는 일상적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살 수는 없습니다.'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할 때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이같은 삶의 규범으로서의 법도 법이지만,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간절히 바라신 유산으로서의 법은 진리입니다. 이 진리는 부처님께서 깨들을신 진리요,구체적으로는 부처님께서 평생동안 제자들을 상대로 말씀하신 가르침들입니다.

부처님의 깨들음은 완전무결한 진리이므로,시대가 바뀌어도 그 가치가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이 변함없는 진리의 말씀을 법이라고 하고,이 법을 상속하기를 간절히 바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을 상속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부처님 보다도 더 소중한 법,즉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이 가르침을 배우는 일과 이를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부처님의 상속자가 되는 길입니다.

불자 여려분! 아무리 많은 재산을 모으고 그것을 자식에게 남겨주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더러는 그 재산으로 인해 형제간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큰 재산을 남겨주면 그것으로 인해 게을러지고 방탕해지기 쉽습니다.

재물이란 사람의 심성을 흐리게 하는 독약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더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세상의 온갖 존재는 무상(無常)하다는 사실입니다.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실상입니다.

그러나 법은 영원하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유일한 비법입니다.이 법은 다름아닌 부처님의 깨달음이요,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실천해서 사랑하는 자녀들에게도 일시적인 향락만을 줄 수 있는 재물 대신에 최상의 유산인 부처님의 가르침을 물려줄 수 있는 명실상부한 불자가 됩시다.

"너희들은 법의 상속자가 되어라.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나는 너희들을 연민하기 때문에 나의 제자들은 법의 상속자가 되고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기를 바란다."

부처님의 이 간곡한 말씀의 깊은 뜻을 되새겨 우리들이 먼저 법의 상속자가 되고 자녀들에게도 자신있게 상속할 수 있는 불자가 됩시다.

성불하십시요!

불교설법연구원 편 법 천 스님 옮김
SNS 기사보내기
법천스님
저작권자 © SBC 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