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① 미황사 응진당 전경, 다포식 건물에 팔작지붕 건물이다. 규모는 작지만, 화려해질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었다. 단청이 깔끔하게 형형색색으로 되어 있어 또 다른 화려한 경지를 느낀다.

그림 ② 미황사 응진당 천정, 우물천정으로 둥근 원모양의 꽃으로 장식하였다. 내4출목의 공포는 치장을 절제하여 규모가 작은 건물이 쉽게 빠질 수 있는 퇴폐적 경향을 극복하고 있다. 대웅전에서 나와 돌담이 트인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응진당이 나온다. 부처는 아니지만, 부처님의 제자나 고된 수행을 거쳐 진리를 깨달은 역대의 고매한 존재를 모신 집이 응진전 혹은 나한전이다. 부처보다 한단 아래 존재이니 집 이름도 그에 걸맞게 응진당이라 붙이기도 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받은 존재이니 중앙에 부처가 있고 좌우에 나한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대웅전과는 달리 응진당은 최근에 빽빽이 단청을 하였는지 일단 형형색색으로 더욱 화려하다. 대웅전이 기품 있게 화려하다면, 그의 제자격인 응진당은 크기와 위치에서 격하되었고, 화려한 색을 동원하여 금방 눈에 띄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품격에 있어서 자신 자리 찾기의 본모습이라 하겠다. 응진당은 중앙에 계단을 가진 막돌로 쌓은 조그만 기단을 가졌다. 작은 건물이지만 외3출목의 다포식 팔작지붕 건물로 화려해질 수 있는 조건을 다 지니고 있다. 중앙 두 기둥 위에는 대들보를 빼내어 용을 조각해 넣었고, 귀퉁이 쪽 두 기둥 위에는 앙증맞은 도깨비 그림을 그려 넣어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정면에만 문이 있으니 중앙으로 들어간다. 내4출목의 공포가 빽빽이 천정 아랫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천정은 네모반듯한 천정이다. 우물 정(井)자 모양 같다고 해서 우물천정이라고 한다. 네모 안에는 연꽃을 동그랗게 그려 넣었다. 공포의 각 부재들을 대웅전의 화려한 꽃모양과는 달리 부드럽고 우아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응진당의 내출목을 대웅전처럼 처리했더라면 극을 달한 치장끼리 충돌하여 매우 천박해졌을 것이다. 작은 규모의 건물은 치장의 절제를 통하여 품격을 더 높일 수 있음을 우리는 이 응진당에서 느낄 수 있다. 미황사는 17세기에 만든 기초 위에 18세기 건축 방식이 개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절이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이후 17세기 중엽에 중건하고, 18세기 중엽에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황사만큼 아름다운 절은 전국에 많다. 아름다운 절 건물은 왜 이 17세기에 많이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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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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