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종(鐘)의 의미와 기원 종의 기원에 대해서는 중국 은대(殷代) 동기(銅器) 가운데 의식용구에 속하는 악기의 일종인 박( )·정(鉦)·종(鐘) 중 종(鐘)을 모방하였다는 설과, 종이나 탁(鐸)을 혼합한 형태가 발전하였다는 연구가 있다. 이 외에도 순(錞)·용(鏞)·박( ) 등 종의 조형을 보여주는 한자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종을 한자로 표기 할 때 보통 鐘과 鍾을 혼용하는데 종(鍾)은 술병과 용량의 단위로 사용되기도 하여 중국에서 의식용구로 종이 제작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불교에 수용되어 의식구로 활용되고 있다.

Ⅱ. 한국종의 아름다움 종은 구리와 주석을 주성분으로 하여 미량의 여러 금속으로 제작된다. 구리는 용융점이 1,083℃이나 주석을 함유하였을 경우 1,200℃에서 녹는다. 그래서일까. 현재 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성덕대왕 신종(일명 에밀레종)을 제작할 때 여러 번의 주조가 모두 실패하자 어린 아기를 제물로 끓는 용광로에 집어넣고야 성공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현존하는 한국종은 국내외를 막론하여 신라시대 11점, 고려시대 97점, 조선시대 제작으로 180여 점 이 전해지고 있다. 그 중 기년명이 있는 가장 오래된 예이자, 전통조형을 보여주는 725년(성덕대왕 24) 제작의 상원사범종과 부분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특수한 양식의 성덕대왕 신종(771년)이 대표작이다. 범종의 형식을 보면 상단에는 견대(肩臺)와 4곳의 방형 유곽 안에 불교 경전의 36선신(善神)을 상징하는 각각 9개씩의 유(乳)를 붙였다. 종복에는 천의를 날리는 주악비천(奏樂飛天), 연화·당초·보상화문을 양각한 당좌(撞座) 2좌를 배치하였다. 고려시대 이후에는 종복에 위패 모양의 구획을 한 후 명문을 새기거나, 비천 대신 보살상을 표현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일본종과 다른 한국종만의 특징으로 직선형태의 종신이 아닌 상단에서 하단으로 벌어지는 마치 한복을 차려 입은 여인네의 풍성함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종의 외형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줄 뿐 아니라 타종 시 여음(餘音)이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 독특한 구실을 한다. 다음으로 상부는 천판으로 불리는 곳인데 중앙에는 두 다리로 종을 움켜쥐고 머리를 숙여 범종을 한 입에 물어 올리려는 모습의 용뉴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만파식적을 형상화했다는 용통(龍筒)을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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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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