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 삼화도량이 "조계종 수장이 명동성당에서 당한 굴욕을 아느냐?" 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삼화도량(회장 영담스님)은 성명서를 통해 교황과의 면담이 있었던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가 총무원장 자승스님에게 개종을 권유했으며, 비표를 잃어 한동안 입장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삼화도량은 "미사 직전 천주교 신자로 추정되는 미사보를 착용한 참석자가 자승스님에게 “천주교로 개종하시죠?”라는 발언을 했다"며 "가장 수승한 종교라 자부하는 불교의 수장에게 이웃종교 행사참여에 감사는 못할망정 개종을 권유당한 것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치욕’이다"고 밝혔다.


-성명서 전문-


“스님, 천주교로 개종하시죠?”
-명동성당에서 조계종 수장이 당한 굴욕을 아십니까?-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명동성당 미사에서 자리를 함께 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모습을 봐야 하는 불자들은 시선을 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외된 이웃의 벗이자 종교지도자의 귀감을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비되는 자승스님의 행장은 초라하다 못해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밝히는 교황의 모습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만들고자 하는 원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나란히 선 자승스님의 모습은 한국불교계를 대표해 참석했음에도 남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자승스님은 상습도박, 적광스님 집단 폭행 교사, 33대‧34대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의 밀약 등 숱한 의혹 제기와 고소 및 지위부존재확인 소송까지 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1. 자승 총무원장 미사 참석, 무슨 자격이었나?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당초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남의 자리를 갖기로 한 한국종교지도자는 KCRP(한국종교인평화회) 소속 7대 종단 지도자였다. 지난 5월 29일 염수경 추기경이 7대 종단 대표들을 불러 교황 집전 미사에 초대했다. 그런데 18일 교황 집전 미사에는 무려 12명이 참석했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7대 종단대표 뿐 아니라, 구세군대한본영 박종덕 사령관, 정교회 한국대교구장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 김철환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김동엽 목사 등도 참석했다.

확인결과, 교황방한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초청장을 발송하면서 종교지도자 12명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날 오전9시 교황은 1층에 임시로 마련된 제의실에서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종교 지도자들과 한 사람씩 인사했다. 교황은 방한 목적이 사목임을 인식시키듯 이 자리에서 “다른 형제들과 함께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자승스님 등에 대한 별도의 의전은 없었고, 교황과의 짧은 합장 인사, 미사 참석 외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2. 비표 없다고 조계종 총무원장이 한동안 입장도 못해

앞서 자승스님은 명동성당 입구에서 봉변을 당했다. 천주교 관계자와 경호원 등이 자승스님의 출입을 저지한 것이다. 방한준비위에서 발송한 비표를 잃어버린 탓이다. 부랴부랴 차량에서 비표를 되찾아 겨우 미사에 참석은 했지만 대한불교조계종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교황 경호 차원이었다고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큰 수모였다. 7대종단 대표 자격의 초청도 아니었고, 출입을 저지당한 상황에서 굳이 입장을 시도한 자승스님 소식을 접하며, 교황과의 조우가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3. 한 참석자, 자승스님에게 “천주교로 개종하시죠” … 통탄할 치욕

자승스님의 굴욕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미사 직전 천주교 신자로 추정되는 미사보를 착용한 참석자가 자승스님에게 “천주교로 개종하시죠?”라는 발언을 했다.

가장 수승한 종교라 자부하는 불교의 수장에게 이웃종교 행사참여에 감사는 못할망정 개종을 권유당한 것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치욕’이다. 동행한 이웃종교 지도자가 이 참석자를 나무라면서 일단락됐지만 불교 수장이 오죽하면 개종하라는 말을 들을 지경에 이르렀는지 불자로서 통탄할 따름이다.

마피아 파문한 교황 vs 숱한 의혹이 제기된 총무원장 ‘극과 극’
자승스님은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자세로 정진해야

이번 교황 방한을 계기로 자승스님은 종교지도자의 덕목이 무엇인지 자문하길 바란다. 2,000 만 불자들의 자긍심이어야 할 총무원장이 당한 수모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참구해야할 시점이다. 자승스님이 담화문(2013. 10. 6. 총무원장 선거운동 회향 때 낸 담화문)에서 밝혔던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자세로 정진하라는 것이 이럴 때 사용하는 낱말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하는 이유는, 아래로는 낮은 자리에게 신음하는 이웃들에게 사랑의 손길로 쓰다듬고, 위로는 악의 소굴인 마피아 조직원을 파문하는 종교인의 자세 때문이다. 불교의 실천덕목인 자비를 카톨릭 수장이 솔선한 반면 조계종은 자승스님의 개인 비리 의혹으로 ‘도박 마피아’라는 조롱거리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오죽하면 정통지인 이코노미스트가 ‘협잡(Monkey Business)’이라고 모욕했을까 싶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직접 쓴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사제들이 마음을 열어 하느님 말씀을 들을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말씀이 자신의 삶에 와 닿지 못하게 하거나 자신을 반성하도록 이끌지 못한다면 ‘사기꾼, 협잡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사제는 스님으로, 하느님은 부처님으로 치환하면 답이 보인다.

이미 이석기 국회의원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한센인의 분노를 자아내는 문구를 삽입해 종단을 대표해 도법스님이 사과하고 언론에 참회광고까지 내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초유의 굴욕을 겪은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자승스님은 사실 여부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주시하고 있는 2,000만 불자 앞에 참회해야 할 것이다.

불기 2558년 8월 21일

삼화도량(三和道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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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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