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의 현대적 이해 = 정구복 지음. 고려 인종 때 김부식(金富軾)이 찬진(撰進)한 기전체(紀傳體) 사서 `삼국사기'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인 저자(62)가 왜 `현대적'이라는 말을 굳이 강조했을까? 그것은 단재 신채호나 육당 최남선에 의해 삼국사기가 사대주의 사서라고 낙인 찍힌 지난 1세기에서 삼국사기를 구출하자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삼국사기가 편찬된 과정, 그 내용과 성격, 편찬 총수장인 김부식에 대한 탐구와 삼국사기에 반영된 그의 사관, 그 편찬에 이용된 자료 등을 정리했다.

삼국사기 개설서를 겨냥한 이 책에는 곳곳에 저자의 주관적 색채가 농후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지난 1세기 동안 출현한 각종 삼국사기 역주본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는 저자가 직접 관여한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본 `역주 삼국사기'(전 5권. 1996-98)를 "현재까지 교감본 중에서 최고의 정본(正本)"이라고 간주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반면 번역의 정확성 측면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1971년 이재호 역 `삼국사기'(한국자유교육협회)에 대해서는 "원문은 뒷부분에 인쇄하였으나 교감이 거의 되어 있지 않다. 학문적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혹평한다.

부산대 이재호 명예교수는 이번 책 저자가 책임ㆍ감수한 정문연본 삼국사기 역주본에 대해 오역 투성이라는 비판을 월간조선을 통해 제기한 바 있다. 서울대출판부. 316쪽. 1만3천원.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기원 = 김경일 지음. 부제는 `한중관계의 역사적ㆍ지정학적 배경을 중심으로'인데 저자는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전쟁 관련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는 측면이 많은 중국의 역할을 부각하려 하는데, 주의할 것은 이런 저자의 전력이 어떤 식이든 한국전쟁사 연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특히 마오쩌둥에게 밀려 대만으로 쫓겨간 장제스와 그의 국민당에 대해서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을 터인데,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배경과 경과에 주력한 이번 책에는 이런 특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미소의 한반도 분할 점령이 한반도 분열의 외적 요인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맹아는 이미 독립운동시기에 형성된 두 진영의 분리에서 찾는 한편, 해방 이후 한국에서 전개된 찬탁과 반탁의 대립은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장제스와 이승만이 극동 반공동맹의 결성을 시도했으며, 특히 이 과정에서 장제스는 중국 공산당의 대만 수복을 저지하기 위해 남북한간 긴장을 조성하고 충돌을 사주하려 했다고 한다. 홍면기 옮김. 논형. 440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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