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 순천시 송광사 사천왕상 내부에서 발견된 보물급 '속장경'(續藏經)의 서지학적 특성을 연구한 첫번째 조사 보고가 발표됐다.

발견 당시 조선 세조때 간경도감에서 발행된 '속장경'으로 알려졌던 12종 14책 가운데 1권은 고려 시대에 간행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또 다른 1권은 이른바 '속장경'인 '교장'(敎藏)이 아닌 '경전'으로 밝혀졌다.

강순애 한성대 교수(지식정보)는 15일 명지대에서 열린 서지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천혜봉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함께 최근 송광사 사천왕상 내부에서 발견된 '속장경'을 서지학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강교수에 따르면 발견 당시 조선 세조때 간경도감에서 간행된 '속장경'으로 알려진 전적 12종 14책 가운데 11종이 '교장'에 해당하며, 이 가운데 '(과주)묘법연화경'(<科註>妙法蓮華經)은 조선시대 다시 발행된 것이 아닌 고려시대의 '교장'으로 밝혀졌다.

'(과주)묘법연화경'(<科註>妙法蓮華經)은 의천보다 후대인 고려 충숙왕 4년(1317년)에 간행됐으며, 흥왕사에서 간행한 '교장'이 아닌 '사찰본'에 해당한다. 책의 저자나 계통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만 간기에 '연우사년정사X쌍홍정혜광현원종무외국통 정오'(延祐四年丁巳X雙弘定慧光顯園宗無畏國統 丁午)라고만 기록돼 있다.

한편 '속장경' 가운데에는 또 다른 사찰본인 '인왕호국반야경소법형초'(仁王護國般若經疏法衡抄)와 '성유식논술기'(成唯識論述記)도 포함돼 있었다.

이로써 의천이 11세기 초 흥왕사 교장도감에서 발행했다고만 전해지던 '속장경'의 발행 주체와 시기가 다양했음이 확인됐으며, 세조가 의천의 속장경을 그대로 다시 찍었다는 학설이 보완될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한 12종 가운데 1종인 '금강비현성록'(金剛비<쇠 金변에 卑>顯性錄)은 이른바 '속장경'인 '교장'이 아니라 '경전'으로, '교장총록'에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의천이 실제로 '요'나라에서 '교장'을 가져와 이를 다시 간행했음을 증명해주는 '법화경현찬회고통금신초'(法華經玄贊會古通今新抄), 여러 시기의 판본이 섞여 있는 '법화문구기'(法華文句記) 등의 특징 및 성격도 밝혀졌다.

이번에 발견된 전적은 지난 1월 송광사 사찰 입구 천왕문과 사천왕상 보수작업을 하던 중 사천왕상 내부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는 '속장경'이 30여점에 불과해 극히 희귀한 상황에서 다량 발견돼 그 보물급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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