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하고 화려하며 불교적 상징을 극대화 시킨 고려불화는 세계명화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우리 미술사를 대표하는 국보급 문화유산인 이 고려불화를 월드컵을 맞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25년간 고려불화 재창현(再創現)에 심혈을 기울여온 수원 계태사 혜담(慧潭)스님은 오는 5월 전시를 앞두고 요즘 하루 두 세시간씩 잠을 자며 불화 작업에 정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화를 미술사적 측면보다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인식하고 있어 고려불화의 맥을 잇는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종교적 차원을 뛰어넘어 우리 전통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의 불화는 왕족을 중심으로 한 귀족문화를 반영하 듯 찬란한 장신구나 화사한 천의 등이 당대의 왕이나 귀족을 묘사한 듯 화려하기 이를 데 없고 치밀한 구성과 필치, 뛰어난 색채와 문양, 긴 선의 예술적 감각 또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우리 미술사의 걸작인 이 고려불화는 안타깝게도 100여점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나마도 대부분 일본 등 국외로 유출돼 국내에는 10점 정도밖에 없다. “고려불화는 13, 14세기 고려왕실과 귀족의 후원으로 제작된 화려하고 장엄한 불화로 불교사상과 귀족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불교미술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 우리 전통미술의 뛰어난 성취로 꼽히고 있으나 국내에서조차 접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이에 고려불화 재현에 25년이란 세월을 천착해온 혜담스님은 월드컵이 열리는 수원에서 고려불화 특별전을 열어 도민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소중함을 갖게하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국문화의 진수를 선보이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969년 충청도 청량사로 출가한 혜담 스님은 처음엔 불교학과 동양철학 연구에 몰두했다. 토굴에서 수행 정진하던 어느날 참선 자세로 맞은 일출속에서 보았던 근엄하면서도 한없이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상의 모습이 고려불화속에 들어있음을 알고 이를 재창현 하는 작업에 매달려왔다. 수백년 긴 세월에 씻겨 희미해진 원작들을 재현해 내는 작업은 상상력을 초월하는 인내와 고행을 요구했다. 끊임없이 고문헌을 고증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 전국을 뒤지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온 스님은 요즘도 쉼없이 고려불화 재창현에 몰두하고 있다. “고려시대 화공(畵工)의 혼과 매일 만나고 있는 셈입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이 세상과 동떨어져 그림에 몰두하고 있을 때 옆에서 물을 따라주며 거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시간 붓을 들고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필치와 씨름하는 것 자체가 화두를 잡고 용맹정진하는 참선과 다를 바가 없다”고 얘기하는 혜담스님은 5월 전시에 중생을 계도하는 아미타여래의 활기찬 모습이 화려하면서도 박력있어 보이는 ‘아미타여래도’와 ‘수월관음도’ ‘지장보살상’ 등 80여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단절된 고려불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자그맣게 고려불화연구소도 만든 스님은 고려불화 전시관을 건립했으면 하는 꿈을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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