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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1-27 18:57
[불교소식] 조계총림 방장 현봉스님 계묘년 동안거 결제법어
 글쓴이 : 전수진기자
 


조계총림 방장 현봉 대종사


(주장자를 들어 한번 내리치고)

이 주장자 소리를 들었습니까?

(다시 주장자를 들어보이며)

이 주장자를 치기 전에 소리는 어디 있습니까?

소리가 인연(因緣)따라 생긴다면 지금 소리가 생기기 전의

인(因)은 무엇이며, 연(緣)은 무엇인가?

소리의 인(因)과 연(緣)은 어디에 있습니까?

 

(주장자를 내리치고)

이 소리는 어디로 갔습니까?

소리뿐만이 아니라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갔습니까?

이 몸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父母未生前)에 나는 본래 어떤 모습(本來面目)인가?

 

어린 아들이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서

신랑 신부인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삼촌, 고모 등등 친지분들이 다 있는데....

그 뜻깊은 자리에 왜 자기는 없는지 아들은 심각하게 물었다.

“엄마 이 사진에 왜 나는 빠졌어. 나는 그 때 어디 있었어?”

아이들이 보통으로 물어보는 이 말에 대한 엄마 아빠의 대답은 쉽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로 할머니, 할아버지 결혼 사진에 없었음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할머니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그 옛날의 많고 많았던 조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갔을까요?

 

수행자들이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이 무엇인가?”또는 “천지가 나누기 전에는(天地未分前) 이 무엇인가?”하는 화두를 참구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습니다.

구산 큰스님께서 지으신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나름대로 나란 멋에 살건만

이 몸은 언젠가 한 줌 재가 아니리

묻노라, 주인공아 어느 것이 참 나런고?”

 

원각경보안보살장에는 “여래의 청정한 원각의 마음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선정을 닦는 삼매의 수행에 의지하여 계행을 지키며 대중 속에 편안히 거처하거나 조용한 방에 단정히 앉아 항상 이런 생각을 하라.

‘나의 지금 이 몸은 사대(四大)로 화합된 것이니, 이른바 고체의 성질은 모두 흙(地)으로 돌아가고, 액체 성분은 물(水)로 돌아가고, 따뜻한 체온의 기운은 불(火)로 돌아가고, 들숨 날숨의 공기는 바람(風)으로 돌아갈 것이니, 사대가 제각기 흩어지면 지금의 이 허망한 몸뚱이는 어디에 있겠는가?’

곧 이 몸은 필경 화합하여 이루어진 형상으로 실로 실체가 없는 허깨비와 같고, 네 가지 인연이 거짓으로 화합하여 허망한 이 몸의 육근(六根)이 있게 된 것임을 알 것이다. 이 육근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가 안팎으로 합하여 이루어졌으며, 반연하는 기운(緣氣)이 그 가운데 쌓이고 모여 반연하는 듯한 것<似有緣相>을 짐짓 이름하여 마음이라 한다.

선남자여!

이 허망한 마음은 만일 바깥의 여섯 경계(六塵)가 없으면 있지 않을 것이며, 이 몸인 사대가 분해되고 저 바깥의 경계도 없어지면 그 가운데 경계를 반연하는 그런 작용도 사라져서 마침내 반연하는 마음을 볼 수 없으리라.

선남자여!

저 중생의 환(幻)인 몸이 사라지므로 환인 마음도 사라지고, 환인 마음이 사라지므로 환인 경계도 사라지며, 환인 경계가 사라지므로 환의 사라짐도 사라지고, 환의 사라짐이 사라지므로 환 아닌 것은 사라지지 않으니, 비유하면 거울을 닦아 때가 다 없어지면 밝음이 나타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땅히 알라!

몸과 마음이 모두 환의 때(垢)이니, 때가 아주 사라지면 시방(十方)이 청정하리라.”

이처럼 시방이 청정하면 어떠한가?

 

蹋破三千界(답파삼천계)   拔擢虛空骨(발탁허공골)

秋葉脫落盡(추엽탈락진)   枝枝萌芽發(지지맹아발)

건곤을 밟아서 부숴버리고  허공의 골수를 뽑아버리니

가을 잎이 모두 다 떨어진 뒤에  가지마다 새싹이 움트는구나.

(주장자를 한번 치고 내려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