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왕과 왕비,
왕실 가족들의 취미와 오락
“사냥 덕후 태종, 그림 컬렉터 숙종, 당구를 즐겼던 고종과 순종, 고양이 집사 숙명공주……”


우리는 조선의 왕실이라고 하면 치열한 궁중 암투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조선의 왕이나 왕비 등도 각자의 취향이 있었고 거기에 마음을 쏟았다. 그들은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사랑스럽고 어여쁜 것에 마음을 기울였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누렸다. 또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거나 가끔은 그 정도가 지나쳐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조선은 성리학적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국가였다. 임금은 모름지기 학문을 숭상하고 성왕(聖王)과 맹자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하늘을 공경하고 덕을 닦아 백성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즉, 왕도정치를 수행해 백성들의 안위에 몰두해야 하는 왕이 어떤 특정한 대상에 깊이 빠져 국정에 소홀해지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취미 생활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신하들의 간섭을 받아야 했다. 혹여라도 정사를 그르칠까 왕과 신하들은 늘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람인지라 고양이 집사, 그림 컬렉터, 소설 탐독가, 판소리 후원자, 화초 수집가, 도자기 애호가, 사냥 덕후, 메모광, 당구왕 등 자신만의 취미와 오락을 통해 즐거움을 찾았다.


원숭이가 얼어 죽을까 걱정해 가죽옷을 지어 주게 한 성종, 진귀한 화초 수집과 화원 조성에 집착했던 연산군, 남성 주인공들의 갈등과 대결을 그린 소설을 탐독한 영빈 이씨, 답답한 속을 순무로 달랬던 정현왕후, 신하들의 시험지를 직접 채점해서 상을 주었던 순조, 분판을 곁에 두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기록했던 세조 등 이들은 소소한 감정과 욕구에 연연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을 타인과 구분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떤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구분 짓고 싶은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은밀한 취향』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조선 왕과 왕비 등 왕실 가족의 다양한 면모를 취향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조선 왕과 왕비, 그 왕실 가족들의 취미와 오락 등을 엿볼 수 있다. 숙명공주는 대표적인 애묘가(愛猫家)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숙명공주는 시집간 후에 지나친 고양이 사랑에 대해 시댁 안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자, 효종은 한글 편지를 보내 ‘어찌하여 고양이를 품고 있느냐’며 딸의 철없는 행동에 짧지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는 공주의 취미 생활을 두고 친정아버지까지 걱정했던 것이다. 고종과 순종은 창덕궁과 덕수궁에 당구장을 설치해 즐겼을 정도로 당구에 심취해 있었다. 흥선대원군은 19세기 최대의 판소리 후원자였고, 고종은 판소리 명창에게 의관이나 감찰 같은 직계를 주기도 했다.


저자 곽희원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홍익대학교에서 도예유리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 도자사를 공부했다. 조선 후기 왕실 도자기에 나타난 명문(銘文), 화협옹주 묘 도자 출토품, 개항기 수교 도자기 등 조선 왕실 도자기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자  김재원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한국사를 공부했다.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저자  김효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영국 웨스트딘대학교에서 도자기 보존을 전공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논문으로 「Analysis of the Royal Seals of the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화협옹주 묘 출토 화장품 보존 연구」 등이 있다.


저자  박경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선시대사를 전공하고, 「조선 초기 국가례 정비와 『국조오례의』 편찬」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저자 백은경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 미술사를 공부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저자: 손명희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 미국 캔자스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에서 학예연구관으로 일했다. 논문으로 「세조 어진의 두 봉안처: 영창전과 봉선전의 성격과 제향의 의미」, 「조희룡의 임자도 유배 시절 회화 창작의 의미와 기능」 등이 있다.

저자: 신재근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한국 미술사를 공부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조선 왕실의 그림과 그 정치적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논문으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세조어진초본〉 고찰」 등이 있다.

저자: 안보라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 미술사를 공부했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논문으로 「조선 말기의 백납도(百衲圖) 병풍 연구: 보스턴미술관 소장본을 중심으로」, 「다시 찾은 초상화: 〈익안대군 영정〉」 등이 있다.

저자: 이상백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과에서 공부했다. 「조선 후기 사찰의 불서 간행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조선시대 사찰과 왕실의 출판문화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자: 이종숙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 서울대학교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한국 미술사를 공부했다. 의궤 속의 그림, 인장, 제기(祭器) 등 조선 왕실 문화를 세부적으로 조명하는 다양한 글을 썼으며 최근에 발표한 논문으로 「숙종대 장녕전(長寧殿) 건립과 어진 봉안」이 있다.

저자: 임지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 미술사를 공부했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논문으로 「고려시대 어자문(魚子文) 금속 공예품 연구」, 「조선 후기 공예품에 보이는 이룡문(?龍文) 고찰」 등이 있다.

저자: 최나래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한국사학과에서 조선 전기사를 공부했다. 문화재청 조선왕릉전시관과 국가보훈처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건립추진단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논문으로 「조선 초기 세조 국상 연구」 등이 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영국 웨스트딘대학교에서 도자기 보존을 전공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했다. 논문으로 「Analysis of the Royal Seals of the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화협옹주 묘 출토 화장품 보존 연구」 등이 있다

 

조선의 은밀한 취향|인물과 사상사|값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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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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