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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07 12:53
[출판/공연] <종이 칼>법념 스님 산문집 출간
 글쓴이 : 전수진기자
 

  천년고도 경주를 산책하며 사유한
묵직한 삶의 깊이를 전한다!
경주 흥륜사 한주 법념 스님의 첫 산문집  

   
글쓰기 공부 7년째. 팔순을 바라보는 비구니스님이 컴퓨터 자판을 칠 때마다 주위에서는 이제 그만하라고 한마디씩들 한다. 연말이 되면 ‘죽음’이라는 단어에 민감해지는 나이가 되었지만 법념 스님은 그러면 그럴수록 더 잘해내고 싶어진다. 천만 번을 죽은 들 어떠하겠는가. 좋은 글을 낳을 수만 있다면 겁날 것도 없다. 매일매일 글을 쓰면서 이제야 인생의 참맛을 느끼는 것 같다. 스님은 지금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중이다.
《종이 칼》은 천년고도 경주를 산책하며 사유한 묵직한 삶의 깊이를 우리와 공유한다. 경주 흥륜사 한주 법념 스님의 첫 산문집 《종이 칼》은 스님의 일상과 기억 속에 담긴 지금 우리들의 삶이다.

만약 내일이 없다면 살맛이 없겠지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소녀는 여섯 살이었다. 영화의 고장 부산으로 피난을 가 ‘서울내기 다마내기’라고 놀림도 받았지만 바다가 있어서 영화가 있어서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던 날들이었다. 출가를 해서 공부하고 수행하며 열심히 살았다. ‘법념’이라는 법명은 발음이 힘드니까 다른 이름으로 바꿔 달라 큰스님께 투정 부리던 젊은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덧 하루에도 수십 번씩 깜빡깜빡 건망증이 늘어난 노스님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떠올릴 추억이 많아서 법념 스님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종이 칼》은 법념 스님이 보고 느낀 세상의 모습이다. ‘이 말은 왜 생겼을까?’ ‘여기에는 이런 지혜가 있었구나!’ 의심하지 않고 무심히 지내왔던 일들에 호기심을 보이고 속을 들여다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재밌고 아름다웠구나!’ ‘옛사람들의 지혜가 여기에 있었구나!’ 아이처럼 감탄을 한다. 종이 한 장이 아무 힘이 없어 보이지만 그 종이에 쓰인 글이 금강보검과 같아 백팔번뇌를 다 베어낼 수 있는 것처럼, 법념 스님은 《종이 칼》에 담긴 글들이 누군가에게 그러한 힘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옛날에 한 아이가 있어, 내일은 오늘과는 다르리라 기대하며 살았습니다”라는 글로리아 벤더빌트의 시처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모든 날들이 희망으로 빛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름을 바꾸면 성불한다 하더냐?

법념. 법명을 거꾸로 하면 염법念法이다.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실천하라는 깊은 뜻이다. 법法이라는 글자는 삼수변三水邊에 갈 거去가 합쳐진 것이니 물 흐르듯이 쉼 없이 부처가 되는 길을 가라는 뜻도 있다. 칠순이 넘은 이제야 철이 들고 보니 그러한 법명을 주신 스승님의 깊은 뜻에 감사를 드리게 된다. 법념 스님이 젊은 시절, 스승인 향곡대선사에게 법명을 바꿔 달라 했다가 들은 말이 무릎을 치게 한다.
“다 뜻이 이싸서 지은 기라. 바꾸마 성불한다 카드나?”
큰스님의 가르침 덕에 법념 스님은 이름처럼 쉼 없이 부처가 되는 길을 걷고자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상황으로 핑계대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나아갔다. 오십이라는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하고, 칠순에는 글쓰기를 배우며 책을 쓴다. 자신이 배우고 느낀 소중한 가르침들을 나만의 것으로 묻어버리지 않고 잊기 전에 세상에 내어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도 전하고자 한다. 법념 스님의 소탈한 일상 이야기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은은하게 퍼진다.

매 순간 우리는 다음 생의 나를 만드는 중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어진 의사와 같아 병에 따라 약을 처방해 주나, 약을 먹고 안 먹고는 중생의 일이니 의사의 허물이 아니다.〉 《자경문自警文》의 한 구절이다.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과 옛 현인의 말도 나의 생활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스쳐가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절에서 매일 새벽마다 종성鐘聲을 하는 이유도 그렇다고 한다. 스승과 웃어른의 은혜를 잊지 않고 항상 명심하겠다는 뜻이다. 매 순간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종이 칼》은 노스님의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세월이 지날수록, 곱씹을수록 미소 짓게 하는 삶의 지혜가 될 것이다.


저자 : 법념

1945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났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란했다. 1963년 부산 경남여고를 졸업하였으며, 1972년 혜해慧海 스님을 은사로 불교에 입문하였다. 1976년 수원 봉녕사승가대학을 졸업 후 15년 간 제방선원에서 안거,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 불교대학을 거쳐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강사를 역임하였으며, 2013년 〈동리목월〉 신인문학상으로 문단 추천을 받았다. 그 후 수필공모전에서 대상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향곡 큰스님의 생전 일화를 정리하여 《봉암사의 큰 웃음》을 출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 취미로 자수를 즐겨 놓아 전시회를 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경주 흥륜사 한주로 시간이 나면 꽃차를 만들어 즐겨 마시면서 글을 쓰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법의 향기를 나누어 주고 있다.

종이 칼 |저자 법념 스님 |민족사 |값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