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전집 10

근거율이 철학사에 중요한 이유

하이데거의 철학 전체에서 근거의 문제는 전통 형이상학을 해체하고 존재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시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근본주제이다. 그의 전·후기 사유에서 근거는 형이상학에서 실체 또는 주체와 같은 존재자로 표상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부터 드러나는 것이다. 전기 사유에서 근거의 문제는 존재자 전체를 넘어 존재를 이해하고 있는 현존재의 초월과 자유에서 해명된다. 이 책 『근거율』은 전통 형이상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라이프니츠의 근거율을 비판하고 근거의 본질이 탈-근거로서 존재 자체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근거의 본질을 존재와의 공속성에서 숙고하는 이 책에는 시적 사유, 존재의 역운, 과학기술 비판과 같은 후기 사유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근거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근거율』은 하이데거의 철학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 역자는 하이데거의 원전에 담긴 사상을 왜곡 또는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독일 전집 출판사의 강한 요청에 따라 해설은 물론 역주 또한 충분히 제공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 책은 강의와 강연 형식으로 전달된 것이어서 독자는 하이데거의 목소리를 직접 대할 수 있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강의에서 하이데거는 앞서 다룬 내용들을 매시간 반복하고 있다. 이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존재 사유를 위해 숲길과 들길을 헤치며 가야 길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이정표와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는 이정표를 따라 하이데거가 안내하고 있는 사유의 길을 부단히 인내심을 가지고 따라가야 할 것이다.



저자 :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1889~1976)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인 메스키르히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1923년부터 마르부르크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1928년에 스승 후설의 후임으로 모교인 프라이부르크 대학에 부임해 줄곧 철학을 가르쳤다. 1927년 『존재와 시간』 을 출간하여 스승 후설에게 헌장하였으나, 정작 후설은 이 책에 대해서 실망감을 피력할 정도로 하이데거는 후설의 현상학과는 다른 사유의 길을 걷고 있었다. 나치 집권 시기였던 1933년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이 취임한 그는 이듬해 사임했으나, 이 사건은 그의 삶에 정치적 오점을 남겼다. 1945년 독일 점령군에 의하여 1951년까지 강제 휴직을 당했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사유의 길을 부단히 걸어 20세기 서양철학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서양인들의 전통적인 형이상학 체제를 근본부터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기술적 질서 속에서 뒤틀린 형이상학적 사유를 떠나 새로운 사유의 시원을 맞고자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존재를 사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존재와 시간』, 『숲길』, 『이정표』, 『동일성과 차이』, 『강연과 논문』 등이 있으며, 1975년 『현상학의 근본문제들』 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100여 권에 가까운 전집이 출간되었다.



역자 : 김재철

1961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와 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후, 독일 마인츠 대학에서 하이데거와 딜타이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하이데거 존재론적 해석학」, 「공간과 거주의 현상학」, 「하이데거의 기초인간학」, 「상상의 현상학」, 「존재와 신비」, 「하이데거의 철학적 신비주의」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삶과 현존재』(2000)가 있다. 역서로는 『철학 입문』(하이데거, 2006), 『하이데거』(귄터 피갈, 2008), 『빌헬름 딜타이의 탐구작업과 역사적 세계관』(하이데거, 2010),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현상학적 해석』(하이데거, 2010), 『종교적 삶의 현상학』(하이데거, 2011), 『시간개념』(하이데거, 2013), 『성 윤리학: 신학적 현상으로 본 기독교적 성 이해』(헬무트 틸리케, 2015), 『철학실천』(다니엘 브란트, 2016), 『치유』(루츠 폰 베르더, 2017) 등이 있다.






근거율, 강의와 강연 ㅣ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 김재철 옮김 | 파라아카데미 | 

값 22,000원












 

 

SNS 기사보내기
곽선영기자
저작권자 © SBC 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