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판고전 17  

 책 [선의 연구]는 근대 일본을 대표하며, 이른바 ‘교토학파’의 근간을 세운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의 초기 대표작이자 니시다 철학의 출발점이 된 저술 [善の?究](1911)의 한국어 완역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제2편과 제3편이 먼저 이뤄지고 뒤이어 제1편과 제4편의 순서로 덧붙여진 것이다. 제1편은 저자의 사상의 근저인 순수경험의 성질을 밝힌 것이고, 제2편은 철학적 사상을 서술한 것으로 이 책의 골자라고 해야 할 대목이다. 제3편은 제2편의 사고를 기초로 선(善)을 논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독립된 윤리학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제4편은 저자가 예전부터 철학의 종결로 생각하고 있던 종교에 대해 생각을 서술한 것이다. 철학적 연구가 앞부분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 책을 특히 ‘선의 연구’라고 이름붙인 까닭은 다름 아닌 인생의 문제가 중심이자 종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특색은 순수 경험(또는 직접 경험)을 유일한 실재로 간주하여 그로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순수 경험이란 사려분별과 판단이 가해지기 이전의 주관 · 객관의 구별이 없는 ‘경험 그대로’의 의식 현상을 말한다. W. 제임스 등의 영향 하에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이는 이 개념은 ‘현재의식’인 한에서의 정신 현상을 가리킨다. 즉 감각과 지각은 물론 기억(과거에 대한 현재의 감정으로서), 추상적 개념(그 대표적 요소를 현전에서 일종의 감정으로서 포착했을 때), 경험적 사실 간의 관계에 대한 의식도 순수 경험에 속한다. 수학의 공리와 추론도 어떤 직각, 즉 순수 경험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나아가 쾌와 불쾌의 감정, 의지(현재의 욕망으로서), 표상적 경험(시작(詩作) 등)도, 그리고 꿈마저도 순수 경험으로 헤아려진다.

 
이와 같이 순수 경험의 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에 순수 경험이 희박화되고 불순화되었다고 다카하시 사토미(高橋里美) 등에게 비판받게 되었다. 의미와 판단은 경험이 자기 속에서 분화함으로써 비로소 생긴다고 니시다가 처음에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분화 이전의 순수 경험 속에 이미 의미적인 것이 침입해 있다는 것이다.


한편, 40세 니시다의 첫 저작인 이 책 [선의 연구]를 70세의 니시다와, 그러니까 ‘미축귀영(美畜鬼英)’의 근대질서를 끝낼 최종심으로서의 공영권의 철학정초로 작성된 ?국가이유의 문제?(1940)나 ?세계신질서의 원리?(1943)와 함께 읽는 것도 ‘니시다 철학’의 정치철학적 벡터를 인식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저자 : 니시다 기타로

철학자. 교토제국대학 교수로 재임한 18년 간 미키 기요시, 니시타니 케이지 등을 가르쳤고, ‘교토학파’라는 이름의 학풍에 근간이 되었다. [선(善)의 연구] [자각에서의 직관과 반성] [움직이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일반자의 자각적 체계] [무(無)의 자각적 한정] [철학논문집] [사색과 체험] [일본문화의 문제] 등을 썼고, 사후 [니시다 기타로 전집](이와나미 서점)이 전 19권?전 24권 체제로 거듭 출간되었다. 1927년 제국학사원회원, 1940년 문화훈장 수여. 1945년 제국 일본이 패전하기 두 달 전, 가마쿠라에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윤인로
총서 ‘신적인 것과 게발트’ 기획자. 지은 책으로는 [묵시적/정치적 단편들] [신정-정치] [?폭력 비판을 위하여?의 행간번역](근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국가와 종교] [이단론 단장] [파스칼의 인간 연구] [유동론] [윤리 21](공역) [공개성의 근원](공역, 근간) 등이 있다.




선의 연구 ㅣ 니시다 기타로 지음 | 윤인로 옮김 | 도서출판b | 값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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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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