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미래의 까막눈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카메라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예술가 나즐로 모홀리 나기가 80여 년 전 했던 예언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진가 도로시아 랭은 카메라의 기능을 이렇게 설명했다. “카메라는 카메라 없이 보는 방법을 가르치는 도구다.” 40여 년 전 수전 손택은 “오늘날에는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존재하게 되어버렸다”고 했다. 손택의 말을 따르자면 지금 이 시대는 카메라가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을 집어삼켜버렸을 만한 시점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것을 보는 행위가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정했다.”

『사진의 이해』를 쓴 존 버거는 문제의 핵심을 단번에 파고든다. 사진이란 결국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가령 괘종시계의 진자를 카메라에 담는다고 할 때, 좌측으로 온 진자를 찍을지 우측의 진자를 찍을지 선택해야 한다. 좌측의 진자를 찍은 사진은 우측 진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 읽기는 보이는 것에 집중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질문도 던져야 한다. 모홀리 나기가 말했던 까막눈이란 사진에서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들이다. 사진을 읽는다는 것은 까막눈이 볼 수 없었던 것을 보여주는 괘종시계의 태엽을 감는 작업인 것이다.



저자 : 김창길

사회학을 전공했다. 사진은 대학 교양 선택수업을 통해 배웠다. 수강 직후 운 좋게 실전에 써먹을 기회가 생겼다. 작은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사진을 찍었다. 간단한 기사들도 썼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당시 유행이던 해외 배낭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졸업을 앞두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직종이었다.
2003년 사진기자가 됐다. 사진기자는 1년에 한 번쯤은 큰 사건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 기회를 잘 포착하면 한국 보도사진 역사에 자기 사진 한 장을 남기게 된다. 선택된 한 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낙종인 것이다. 2011년 11월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한 국회의원이 본회의장 의장석에 최루탄 가루를 살포했다. 문 틈 사이로 보이는 최루탄 살포 장면을 포착했다. <국회묵시록>이라는 제목을 단 사진은 제48회 한국보도사진전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사진 칼럼 <김창길의 사진공책>을 연재하고 있다.





사진공책, 가려진 세계의 징후들 ㅣ 김창길 지음 | 들녘 | 값 22,000원



 

 

SNS 기사보내기
곽선영기자
저작권자 © SBC 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