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가능한 세계’를
창조하는 시나리오의 행간과
이면에 은닉된 이야기

영화 〈나랏말싸미〉에 담아낸 역사, 영화 그리고 창작 이야기
〈사도〉 〈나랏말싸미〉 작가, 이송원이 시나리오에 해설을 단 새로운 형식의 책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한글을 만든
세종의 고뇌를 시나리오에 담다 

 영화라는 ‘환상의 공간’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가 ‘하나의 가능한 세계’를 창조한다면 시나리오는 환상의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각본가는 러닝타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설계하고 메시지를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각본가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의 곁가지를 검토하며, 어떤 이야기는 살리고, 어떤 이야기는 쳐내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이를 위해 각본가는 수많은 자료를 검토해 자기가 창조하는 세계에 ‘논리적 완결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가능한 세계’가 창조된다.

영화 〈사도〉와 〈나랏말싸미〉의 각본가 이송원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에 해설을 다는 새로운 형식의 책을 펴냈다. 문예출판사에서 이번에 출간한 《나랏말싸미 맹가노니》는 영화 〈나랏말싸미〉 각본가인 이송원이 시나리오 창작 과정에서 참고한 자료와 각본가로서 자신의 경험과 소회 등을 담은 책이다. 이송원 작가는 시나리오를 신별로 구분해 각 신마다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참고했는지, 드라마타이즈를 위해 어떤 부분은 부각시키고 어떤 부분은 생략했는지를 생생하게 담고 있어 일반 독자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은 물론 창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나랏말싸미〉 후반작업 과정에서 편집된 장면의 시나리오도 담고 있어, 영화를 먼저 본 독자들에게는 영화와 시나리오를 비교해서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저자 : 이송원

부산 보수동의 피난민집안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입학하고 졸업하는 11년 사이에 고려대 철학과와 프랑스문화원과 육군35사단에서 공부했다. 한국자동차를 유럽에 수출하다 영화판으로 이적해 한국영화를 수출했다. 〈쉬리〉 〈텔미썸딩〉 〈반칙왕〉 등을 팔았으며, 외화수입으로 영역을 넓혀 〈아모레스 페로스〉 〈그녀에게〉 〈머시니스트〉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알량한 선구안에 자신을 얻어 영화제작에 뛰어들었지만 프로젝트 두 개가 촬영 직전에 연타로 엎어지는 아픔을 겪었고, 이를 만회하고자 수입했던 외화 〈스위트룸〉이 박살나면서 한동안 바닥을 핥았다. 몸을 의탁한 출판동네에서 기획과 번역으로 밥숟갈은 놓지 않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클럽》 《본 투 런》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이그노어》 등을 이원이란 필명으로 기획하고 번역했다. 잇따른 흥행실패로 역시 바닥을 기던 조철현의 콜을 받고 영화판에 복귀하여 〈사도〉 〈몽유도원도〉 〈나랏말싸미〉 시나리오를 함께 썼다. 앞으론 아야진 해변의 바다로 꺾인 차도처럼, 한 세계가 다른 세계 언저리에서 아련하게 겹쳤다 사라지는 이야기를 맹글기로 했다.




나랏말싸미 맹가노니 ㅣ 이송원 지음 | 문예출판사 |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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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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