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어 수업이 들려준 삶과 죽음의 끝없는 속삭임

디지털의 세상, 눈과 혀가 대접받는 요즘
소홀히 하기 쉬운 ‘귀와 소리’에 관한 작은 이야기들을 담아내다!

매일 35억 명의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은 환하고 빠르며 효율성을 무기로 한다. 그 저항할 수 없는 황홀함을 맛보는 대신 우리는 무엇을 내주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빛, 물, 불, 전기, 배, 비행기, 인터넷, 우주선이 인간의 삶을 보다 편하고 빠르게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것 때문에 인류는 거기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주어야 했다는 것 또한 역사적 사실이다.


저자 : 심혁주(티베트학자)
대만 국립정치대학(國立政治大學)에서 독수리의 밥으로 사람의 시신을 공양한다는 티베트 조장(鳥葬)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시절 100년 만에 왔다는 대지진을 경험하고 50년 만에 왔다는 홍수에 휩쓸리고 나서 ‘죽음과 내일 중에 어느 것이 더 빨리 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티베트 속담을 믿게 되었다.
시(詩)를 좋아하고 시인(詩人)을 존경한다. 물질과 소유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아기와 같은 발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쏟아낸 글을 보고 있으면 무엇 때문에 나는 이렇게 질투하고 화난 상판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티베트에는 시인과 시집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 마음, 소리, 냄새, 죽음, 사랑, 영혼, 환생, 시신, 뼈, 피 이런 것들을 평생 시어(詩語)로 부리는 사람들과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지은 시집(경전)이 항상 바람에 휘날린다. 그들은 자연을 쪼개어 살지 않고 바람이 부는 자연에 들어가 산다. 나는 그들의 시가 그리워 거의 매년 티베트에 간다. 그곳에서 걷고, 웃고, 울고, 고독하고, 우울해하면서 피와 살을 고르는 시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사는 집에 머문다. 그러다 어떤 슬픈 뼛조각이나 머리카락을 발견하면 그걸 기록하고 글을 쓴다.
연세대, 명지대에서 강의했고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호수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춘천에서 살고 있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에서 HK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ㅣ 심혁주 지음 | 궁리 | 값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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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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