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에 한 인간의 일생을 담다”

b판시선 28번째로 하종오 시인의 ≪신강화학파 33인≫을 펴낸다. 시집 ≪신강화학파 33인≫은 2014년 ≪신강화학파≫, 2016년 ≪신강화학파 12분파≫에 이은 세 번째 신강화학파 연작시집이다.

해설에서 홍승진은 이 세 권의 시집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 번째 시집에서 두 번째 시집으로 나아갈 때 시인은 ‘학파’에서 ‘분파’로의 방향을 취하였다. (중략) ‘학파’에서 ‘분파’로 옮겨가는 하종오 시인의 행보는 ‘단독성’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지금 여기의 사회 질서는 인간을 통제하기 위하여 우리의 삶을 획일화하고 평범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사회는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고, 비정상을 배척하여 정상의 틀에 끼워 맞추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은 결코 ‘너’로 대체될 수 없으며, ‘나’를 단독적인 ‘나’로 살도록 하는 지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단독성이다. 하종오 시집 ≪신강화학파 12분파≫에서 비주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단자의 존재를 긍정하였던 것은, 단독성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신강화학파 33인≫은 인간이 아무리 점점 획일화되더라도, 그 인간의 삶이 결코 남들과 대체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입증한다. 이 시집은 언어예술이 획일적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진정한 가능성, 즉 단독성을 오히려 인간의 삶 자체에서 찾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번 시집은 첫 인물이 등장하는 [신강화학파 남자아이]로 시작하여 마지막 인물이 등장하는 [신강화학파 여자아이]로 끝나고 있다. 왜 33인가? 그들은 누구인가? 시인은 이에 대해 “여기 등장하는 33인은 그렇게 시에 담아보고자 한 대상들이며 특별한 상징성은 없다. 내가 상상해낼 수 있는 인원수로서 모두 허구의 인물들이다”라고 말하면서, “그들은 내가 살고 싶었던 일생의 일면, 내가 살아온 일생의 일면, 내가 살아갈 일생의 일면을 지니고 ≪신강화학파 33인≫으로 살아있기”를 희망한다.

홍승진은 해설에서 “[신강화학파 남자아이]와 [신강화학파 여자아이]가 시집 전체의 구성에 있어서 수미상관을 이루는 것 또한, ‘아이’라는 존재가 삶의 출발 지점에 놓인다는 뜻에서, 삶의 갈무리 장면을 다루었던 시편과 관련될 수 있다. 죽음에 관한 시는 삶의 끝 쪽에서, ‘아이’에 관한 시는 삶의 처음 쪽에서 각각 삶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쓰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신강화학파 노래꾼] [신강화학파 전직 농부] [신강화학파 상여꾼] [신강화학파 산역꾼] 등의 시편들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한 편의 시가 한 인간의 일생을 담아내는 형식일 수 있으며, 시인이라면 한 편의 시에 한 인간의 일생을 담아낼 수 있는 창조적 고투를 해야 한다”고 일갈하고 있는데, 시와 대중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매우 근원적인 질문으로 다가온다.


저자 : 하종오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정≫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어미와 참꽃≫ ≪깨끗한 그리움≫ ≪님 시편≫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님≫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님 시집≫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남북상징어사전≫ ≪님 시학≫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 ≪국경 없는 농장≫ ≪신강화학파 12분파≫ ≪웃음과 울음의 순서≫ ≪겨울 촛불집회 준비물에 관한 상상≫ ≪죽음에 다가가는 절차≫ 등이 있다.




신강화학파 33인 ㅣ 하종오 지음 | 도서출판b | 값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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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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