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와 그림이 결합된 ‘이모그래피(Emography)’ 작업으로 유명한 서예가 무산 허회태(茂山 許會泰·58)가 새해 벽두 3곳의 전시장에서 ‘기운생동(氣運生動)’을 불어넣는 전시를 연다.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신촌 우리교회갤러리에서 ‘영혼의 울림’을, 6일부터 31일까지 인사동 가가갤러리에서 ‘위대한 탄생’을, 13일부터 19일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대장경 속 한마디’를 개최한다. 

다섯 살 때부터 서당에 다니며 한글과 한문 붓글씨를 배운 작가는 중·고교 시절 각종 서예대회를 휩쓸었다. 이후 자신만의 필법을 연구하고 실험을 거듭한 끝에 이모션(Emotion·감정)과 그래피(Graphy·회화)를 합성시킨 ‘이모그래피’를 창시했다. 그의 작품은 국내는 물론이고 스웨덴 미국 독일 등에서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호평 받으며 현대서예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gfhdgfhd.jpg

그의 예술가적인 삶은 스승인 김정수(金正洙) 전 금호고등학교 교장의 글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내가 금호고 교감 재직 중이던 1974년 1월 하순 옛날 직장 동료였던 순천 삼산중학교 교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졸업 예정자 중에 ‘서예 신동’이 한 명 있는데 서예 특기 장학생으로 받아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름이 ‘허회태’라 하였다. 나는 ‘시험 성적이 합격 권내에 들면 가능하다’고 답하였다. 다행히 허군은 성적이 권내에 들어 서예 특기 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 

스승의 얘기는 계속된다. “입학하고 1학년 때였으리라. 전남도전에 입선하였다면서 커다란 액자를 가지고 교무실로 들어왔다. 작품은 안근예비(顔勤禮碑) 한 문장의 임서(臨書)였다. 낙관에 ‘茂山’이라는 호가 뚜렷하였다. 하! 아직 字도 없는 10대 소년인데 ‘호’라니~ 놀라웠다. 그러나 ‘서화 작품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반드시 호를 쓴다’는 말이었다.” 

일반부인 성인들도 입선하기 어려운 관문인데 무산은 그 뒤로 몇 해 동안 도전 입선을 계속하게 되고 전국 학생서예대회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그는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서당에 들어갔다. 그의 백부가 훈장으로 계셨다. 고모부인 한학의 대가 효당 김문옥(曉堂 金汶鈺) 선생의 영향도 받았다. 백부와 효당에게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진로에 대한 지침을 받은 셈이었다. 

그는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접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광주와 순천을 오가며 집에서 혹은 서예원을 전전 하면서 힘없는 붓 한 자루에 생을 걸었다. 열흘이면 붓 한 자루가 닳고 사흘에 먹 두 개씩을 썼다. 그는 글씨 쓰기에 미친 사람, 글씨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중국 역대 서가(書家)의 법첩을 섭렵하고 오체(五體)를 두루 익혔다. 

어느덧 23세에 이르러 상경을 결행했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면서 전라남도 미술대전 입선·특선 10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입선 7회·특선 1회 등의 실적을 올렸다. 목간체(木簡體)로 마침내 199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서예부문 ‘대상’을 받았다. 하루를 48시간으로 살며 예도(藝道)를 매진하는 그의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한 것이다. 

그는 진작부터 서(書)의 근원인 한학을 깊이 공부할 생각이 절실했으나 그동안 겨를이 없었다. 이제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가 되었으니, 만학이지만 망설이지 않고 1996년 남서울대학교 중국학과에 입학하여 문사철(文思哲)을 공부했다. 2005년 상명대학교대학원 회화과에 입학하여 이종상 교수에게서 동양화의 진수(眞髓)를 전수 받고 석사가 되었다. 

그는 끊임없이 도전한다. 안주하지 않고 늘 발전적인 변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이모션(Emotion·감정)과 그래피(Graphy·회화)의 합성어로 이모그래피(Emography)를 창시했다. 서예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미술과의 접목을 위해 무산이 오랜 탐색 끝에 창안해 낸 것이 이모그래피다. 전통 서예와 회화를 합병한 새로운 예술장르로 이끌어낸 것이다. 

그는 2006년 독일에서 첫 해외 이모그래피전을, 2009~2010년 미국의 제임스 메디슨 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초대전 및 주미 한국대사관과 뉴욕 문화원 초대 이모그래피전을 통해 유럽과 미국에서 큰 반향과 찬사를 받았다. 2014년 스웨덴 국립박물관 초대전에서 현대서예의 한류를 전파했다. 국내외 전시에서 호평 받으며 인기 블루칩 작가로 부상했다. 

이번에 우리교회갤러리에서는 ‘은혜’ ‘믿음’ ‘웃음’ 등 글씨를 사람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가가갤러리(02-725-3546)에서는 글씨에서 한걸음 나아가 한지를 이용한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인간과 우주가 어우러진 형상을 통해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비상비비상(非想非非想·Neither thought nor non-thought)’ 등 30여점을 내놓는다. 

 

 

 

 

 

 

SNS 기사보내기
곽선영기자
저작권자 © SBC 서울불교방송 불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